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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트럼프의 황당 인터뷰 vs WP의 촌철살인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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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도입가 내가 8200억원 깎았다"에 "거짓말 레벨 4"

"내 연설은 사상 최고"에는 "또 시키지도 않는 자랑, 와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29일)을 앞두고 가진 AP통신과의 최근 인터뷰(23일)가 미 언론의 화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의 과장화법과 독특한 세계관, 뻔뻔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이유에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 "정도를 넘어선 자화자찬(over-the-top boastful)"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 발언에는 향후 최소 4년 가량 이어질 트럼프의 통치철학의 힌트가 담겨있다. 어떤 발언들이었을까. 트럼프의 대표적인 발언 몇 가지를 WP의 해석을 곁들여 풀어본다.

①"아베는 내게 감사하다고 했는데."

"난 F-35 전투기 90대의 조달가격을 삭감해 7억2500만 달러(약 8200억원)를 아꼈다. 앞으로 3000대의 (추가) 주문이 있을 전투기를 말이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나에게 '내 인생에 이런 건 본 적이 없다'고 말하더라. (F-35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이 F-35 조달가격을 낮춘 것은 나 때문이다. 내가 해 낸 것이다. 아베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내게 처음 한 말이 바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였다. 내가 '뭘?'이라고 묻자 아베는 '당신이 1억 달러를 (일본에) 벌어줬다'고 하더라. 일본이 (F-35를) 10대인가 12대를 구입하는 데 그만큼 절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안 써 준다."(트럼프)

▶WP: 피노키오 지수 4! (거짓말 수준을 책정하는 '피노키오 지수'에서 가장 심한 수준이 4임). 미 국방부는 이미 트럼프가 록히드마틴 최고경영자(CEO)를 만나기 전 약 6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는 부당하게 자기 성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②악수도 안 나눴는데 '최고 궁합(?)'

"(세계 지도자들과의 대화는) 흥겨웠다. 가장 케미스트리(궁합)가 잘 맞은 지도자 중 한명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였다."(트럼프)

"정말인가?"(AP)

"(백악관 내에서 사진촬영 중) 누군가 '그녀와 악수를 해달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러나 난 그 말을 못들었다. 하지만 난 이미 그녀와 악수를 4번이나 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이미 오랜 시간 함께 있었다."

▶WP분석: 트럼프는 이미 오래 전부터 메르켈에 대해 '재앙적 지도자', '독일을 망치는(ruining)'이란 단어를 써 왔다. 정상회담 당시도 두 사람의 바디랭귀지는 껄끄럽고 불편해 보였다. (백악관 방에서) 외국 지도자들과 사진 찍는 시간에 악수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③"내 연설은 사상 최고"

"많은 사람들이 (지난달 1일 트럼프의 첫 의회연설이) 역대 의회 연설 중 최고였다고 말한다. 이라크 총리인 하이데르 알아바디는 '트럼프는 오바마가 8년 동안 해놓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8주 동안에 했다'고 말한 것을 아느냐. 우리는 왜 그런 말들을 화제로 삼지 않는가."

▶WP: 또 시키지도 않는 자랑이군. 와우.

④이탈리아 총리가 '나토 분담금 지급' 약속했다?

"난 모든 외국 지도자들과 위대한 관계를 구축했다. 그런데 아무도 그걸 보도하지 않는다. 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방위비 분담금을 내라고 요구했다. 어제(20일) 이탈리아의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와 만났는데, 우리는 '그래, 돈 좀 내야 해(Come on, you have to pay up)'라고 농담을 나눴다. 그는(젠틸로니 총리) 돈을 낼 것이다." (트럼프)

"진짜 회담에서 젠틸로니 총리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거냐."(AP)

"결국에는 돈을 낼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누구도 그런 요구를 안했다. 난 대통령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트럼프)

▶WP: 자신의 외교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 지 보여주고 싶어하는군. 하지만 젠틸로니 총리가 과연 트럼프의 이런(부담금을 내기로 했다는) 발언을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해진다."

⑤45%가 고정 지지층?

"내 큰 기반은 45%다. 공화당은 현 대통령 선거 방식 상 불리하다. 에이브러햄 링컨(공화당 소속 제 16대 대통령)이 다시 돌아와도 캘리포니아와 뉴욕은 못 이긴다. 가장 큰 2개 주를 잃고 시합에 들어가는 것이다."(트럼프)

▶WP: 그의 지지기반은 우리가 볼 때는 35%수준이다.

⑥ "북한 문제 때문에 융통성 발휘"

"내가 대통령이 된 다음에 중국은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는 내가 뭔가 할 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큰 그림이다. 설령 중국이 환율을 조작했다고 해도 중국이 북한 핵과 다른 문제를 도와주고 있는데 내가 '그런데 말이지, 북한 문제 좀 도와줄래? 아, 그리고 또 하나. 당신네는 환율조작을 했어'라고 말한다면 제대로 굴러가겠냐. 대통령에겐 유연함이 있어야 한다."(트럼프)

▶WP: 대통령은 분명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다수 대통령은 약속을 어긴다. 그런데 트럼프는 엄청난 약속(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공약)을 하고 불편해지면 (약속을 어기는 정도가 아니고) 즉시 무시하는 훨씬 더 뻔뻔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김현기 기자 kim.hyun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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