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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최규선 은신처에서 현금 다발···자수하겠다더니 ‘장기 도피’ 준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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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구속 집행정지 중 도주한 지 보름 만에 체포된 최규선 씨가 21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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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집행 정지 중 병원 치료를 받다가 달아난 최규선씨(57)가 도피 초반 경상도와 전라도의 유명 사찰을 전전하며 일주일가량 은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검거 당시 도피 행각을 이어온 아파트에서는 수천만원 상당의 현금과 도피 조력자가 사용해온 것으로 추정되는 차명폰이 발견됐다.

2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던 최씨는 구속 집행 정지기간 만료 시점을 불과 1시간40분 앞둔 지난 6일 오후 2시20분 무렵 박모씨(여·34)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유유히 병원을 빠져났다.

범행 첫날에는 4시간가량 달려 315㎞ 떨어진 경남 하동시의 한 절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튿날에는 그곳에서 74㎞ 거리에 있는 전남 순천시의 또다른 사찰로 거처를 옮겨 여섯밤을 지냈다. 이후 순천시의 한 아파트에 숨어 일주일간 체류하다가 지난 20일 오후 9시 검찰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아파트에서 현금 3000여만원이 발견됐다. 장기 도피를 염두에 두고 거액의 현금을 인출해 보관했던 것이다. 함께 붙잡힌 박씨는 30대 중반이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씨가 대표를 맡은 법인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검찰이 두 사람의 소재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일찌감치 최씨의 수행비서 이모씨의 조력 행위를 포착해서다. 이씨의 통화내역 분석 과정에서 최씨를 돕고 있는 숨은 조력자가 박씨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박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차명폰으로 이씨와 여러차례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아버지와 같은 최씨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도 ‘계획적’이 아니라 ‘우발적’ 범행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23일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면서 범인도피 혐의로 박씨를 구속했다.

최씨는 회삿돈 195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러나 지난 1월4일 항소심 재판부에서 질병 치료 등을 이유로 구속 집행 정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풀려나 있었다.

일설에는 법원이 최씨의 추가적인 구속 집행 정지 요청을 거부한 배경에 최씨와 사업적으로 적대관계에 있는 세력의 제보가 한몫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씨가 병원 인근 식당에서 지인들과 식사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해 검찰 등에 제보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 권력형 비리 사건인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2주간의 도피 행각 끝에 꼬리가 밟힌 최씨는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검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는 은신처와 도피자금을 제공한 공범이 더 있는지 추적하고 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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