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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일상톡톡 플러스] "가계 무너지는데 정부·대기업만 살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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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기가 이런데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술과 담배에 세금을 더 부과하고, 월급쟁이들로부터 소득세를 더 걷었다. 증세는 있는데 복지는 없다. 도대체 이 세금은 다 어디에 쓰인 걸까?"(30대 직장인 A씨)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기업이 근로자 임금을 쥐어 짜 신규 채용을 하는 게 아니라 곳간에 차곡차곡 현금만 쌓아두고 있다. 또 정부는 없는 서민들의 돈을 뜯어내 세수를 늘리고 있다. 결국 월급쟁이들만 봉이다."(40대 직장인 B씨)

"정부에서 세금을 이렇게 많이 징수하는데 국가채무는 왜 그리 많은지? 또 외화보유고는 왜 그리 적은지 모르겠다. 기업과 정부만 살찌고, 부의 분배는 미미하다. 오늘도 동네 영세 자영업자는 픽픽 쓰러지고 있다."(50대 자영업자 C씨)

세계일보

가계와 기업, 정부 등 경제 3대 주체 중 가계만 가난에 힘겨워하고 있다.

소득이 줄어들고, 실업난은 더 심각해졌으며, 대출로 인한 '이자폭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소비절벽'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반해 정부는 ‘세수 풍년’이고, 상장기업들의 순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와 기업 역시 빚이 있지만 가계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국민총소득(GNI)에서도 가계 비중은 줄었지만, 기업은 대폭 늘었다.

소비 주체인 가계의 위기는 '소비→투자→고용→소비'로 이어지는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붕괴시킬 수 있으며, 이는 경제 전체의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 주체 가계만 위기…정부·기업 '표정 관리~ing'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전국 2인가구 이상)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0.6% 늘어나는데 그쳤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물가 인상률을 감안한 지난해 실질소득은 오히려 0.4% 줄었다. 가계의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이에 반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103만8000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돈벌이는 변변치 않았지만 허리띠를 졸라맨 '슬픈'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해 가계 소비지출은 0.5% 줄어든 게 대표적인 예다. 관련 통계가 나온 2003년 이후 첫 감소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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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는 외환위기 직후 수준으로 악화됐다. 지난 2월의 실업자 수는 135만명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2월 실업률은 5.0%로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 올랐다. 2월 기준으로는 2001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의 빚은 지난해 말 기준 1344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증가폭(141조2000억원) 역시 사상 최대치였다.

◆부채 늘어나는데…금리↑ · 소득↓

더 큰 문제는 국내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6%로, 전년 대비 4.6%포인트 상승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BIS가 자료를 집계한 대상인 43개국 중 8위였고, 이 비율의 상승 속도는 세번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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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대출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추가 이자부담이 9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저신용과 저소득, 영세 자영업자들의 금리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된다.

경제활동의 성과인 전체 소득에서도 가계의 몫은 쪼그라들고 있는 실정이다.

GNI에서 가계의 비중은 1997년 69.3%에 달했으나 2015년 62.0%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업 비중은 16.7%에서 24.6%로 확대됐다. 정부 비중은 14.0%에서 13.4%로 약간 축소됐다.

◆'유리지갑' 월급쟁이 근로소득세 30조원 넘어서…전년대비 14.6%↑

이런 가운데 국세수입과 증가액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242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4조7000억원(11.3%) 증가했다.

지난해 세수 증가율은 실질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경상성장률의 3배 수준이다.

경기여건과 소득수준이 개선돼 세금이 더 걷혔다기 보다는 사실상의 '증세'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월급쟁이들이 내는 근로소득세는 지난해 사상 처음 30조원을 넘어서면서 전년보다 14.6%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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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기업은 살 찌는데 정작 서민들의 호주머니는 얇아지고 있다.


정부가 관리하는 국가채무가 늘고 있지만,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0% 미만이어서 100%가 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낮다.

결국 국가의 빚은 세금으로 해결해야 돼 가계의 부담으로 되돌아오게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경기 불황에도 대기업 곳간 '빵빵'

경기불황에도 기업들의 곳간은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대기업 가운데 순환출자제한 대상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7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기업의 자금 사정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도 개선됐다.

기업의 순이익 증가는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에 따른 영향이 크고, 개선된 현금 상황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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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부채 역시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 부채비율(자기자본과 부채를 비교한 비율)은 2012년 88.3%에서 지난해 6월말 기준 75.9%로 감소했다.

중소·영세기업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힘겨워하고 있으나, 대기업을 포함한 전반적인 기업 부채는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수시장 작은 韓, 소비 늘어난다고 해서 기업들이 쉽게 고용창출 안 해

전문가들은 성장의 선순환구조 회복을 위해 가계소득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처럼 내수시장이 작은 국가에서는 소비가 증가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쉽게 고용을 늘리지 않기 때문.

달리 말해, 기업들이 해외에서 장사를 잘 해야 투자와 고용이 확대되고 가계소득 역시 높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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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늘어날 경우 각종 경제지표는 호조를 보이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여전히 '한겨울'이다.


또 우리나라는 사실상 수출 기업에만 의존하는 경제구조였는데 이는 이미 한계에 이르러 이젠 내수를 통해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가 재정으로 복지와 공공일자리를 늘리고, 기업이 쌓아 둔 돈을 고용 증가로 이어지게 해 가계소득이 늘어야만 소비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는 논리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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