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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알쏭語 달쏭思] 과거(科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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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이나 ‘전설의 고향’ 같은 프로그램에는 과거 보러 가는 선비 얘기가 많이 나온다. 과거제도는 중국에서는 수나라 때 처음 시작하였고, 당나라 때에 이르러 확고한 제도로 정착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광종 때 중국으로부터 귀화한 쌍기(雙冀)의 건의를 받아들여 시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부 명문집안의 자제들이 조상의 공로에 힘입어 과거를 치르지 않고서도 관직에 등용되는 이른 바 소수의 ‘음직(蔭職:조상의 음덕에 힘입어 관직을 얻는다는 의미)’ 외에 관직에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과거였기 때문에 옛 선비들은 젊은 시절을 온통 과거에 바쳤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 얽힌 이야기가 많아 사극이나 ‘전설의 고향’에는 그처럼 과거 보러 길 떠나는 선비 얘기가 많이 나온다.

과거는 ‘科擧’라고 쓰고 ‘과목 과’, ‘들 거’라고 훈독한다. 즉, 학과목 시험을 통해 인재를 들어 올린다(뽑는다)는 뜻이다. 고려든 조선이든 과거의 과목은 주로 유가의 경전이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일종의 답안지 작성 방식인 ‘팔고문(八股文)’이라는 문장 형태가 명나라로부터 들어와 널리 사용되었으므로 유가의 경전에 바탕을 둔 과제(科題:과거시험 제목)가 나오면 수험생들은 팔고문의 형식에 맞춰 답안을 작성해 제출했다.

제출한 답안지는 이름을 가리고 철하여 누구의 답안지인지 모르는 채 채점하여 수석 합격자인 장원을 비롯한 여러 등급의 합격자를 방문(榜文:어떤 일을 알리기 위해 길거리에 써 붙이던 글)을 통해 발표하였다. 이 방문에 자신의 이름이 탈락(脫落)한 것을 낙방(落榜)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유래한 낙방은 오늘날에도 여전이 불합격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오늘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혹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옛날의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합격하기가 어렵다 보니 시험과 관련하여 현대판 ‘전설의 고향’이 생길 지경이다. 일자리가 늘었으면 좋겠다.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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