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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병원회복실이 레스토랑이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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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은 감정이다. 만족감은 스스로 존중받을 때, 또 일처리를 잘해서 능력을 인정받을 때, 또 믿을 수 있는 사람과의 좋은 관계를 맺을 때 커진다. 그것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때도 적용된다.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만족을 얻기 때문이다. 기업은 고객에게 만족을 제공하기 위해 무엇을 파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파느냐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파느냐는 상품에 어떤 ‘덤’을 얹는냐는 의미다. 덤에는 호의, 친절, 취향, 유행, 스타일 등 다양한 것이 있다. 이런 마케팅기법은 생산이 중심이던 시대엔 존재하지 않았다. 제품은 기능에 충실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경험과 역사는 통찰력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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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엄마’는 고객 감동의 대표적 사례다. 철강왕 카네기의 어머니는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필라델피아 지역의 한 백화점 모퉁이에 몸을 감췄다. 그의 행색은 억만장자의 어머니가 아니였다. 옷차림은 수수했고 옷은 젖어 있었다. 어느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22살의 말단 직원 페리를 제외하곤. 페리는 “부인, 편하게 비를 피하세요”라면서 의자를 건넸다.

감동과 만족은 행복을 부른다. 카네기 어머니는 페리의 얘기를 아들에게 전했고 카네기는 그를 카네기 철강회사의 거래 파트너로 지목했다. 그가 그 해에 올린 매출은 전년도 해당 백화점 전체 매출의 두 배였다. 감성이 가치를 만드는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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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의 변화가 가치를 확대 재생산한 경우도 적지 않다.

고급식당의 대명사인 레스토랑이 대표적인 예이다. 과거의 레스토랑은 병원의 환자 회복실이었다. 그것이 환자를 위한 서비스가 일반 고객을 위한 서비스로 변화된 것이다. 분위기와 취향이 가치를 만든 경우다.

선글라스는 원래 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열차 승무원의 보안경이었다. 개선된 가치를 제공하면 보답이 따라오는 게 보통다. 그것은 마치 ‘핑크렌즈효과’와 유사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단점이 보이지 않고 장점만 보이듯이 만족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신뢰가 더욱 굳어진다.

고객만족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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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만족효과는 재구매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10년 재구매율 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한 제록스사에 의하면, 제품과 서비스에 ‘매우 만족한다’는 고객은 그저 ‘만족한다’는 고객보다 상품 구매후 18개월 이후 재구매율이 6배나 많았다. 해당 서비스나 상품을 사용해 본 고객(올해 8만8000여명 참여)이 직접 평가하는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도 고객의 성향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한국생산성본부가 매년 실시하는 NCSI 조사는 전체 76개 업종, 331개 기관을 대상으로 평가하는데 올해의 업종 1위 기관이 지난 십 수 년 혹은 수 년 동안 1위 기관으로 군림한 예는 흔하다. 이동통신부문은 SKT가 20년 연속, 아파트부문은 래미안이 20년 연속, 초고속인터넷(B인터넷)과 IPTV(BTV) 부문은 SK브로드밴드가 7년 연속 각각 1위를 차지하는 것처럼.

상품과 서비스의 감동은 고객의 수를 늘리고 고객의 질을 향상시킨다. 2016년 SK브로드밴드의 B인터넷과 Btv 가입자는 전년 동기대비 각각 48만명과 17만명이 늘어났다. 고객의 로열티 상승으로 60개월 이상 사용하는 장기이용 고객 비중도 2012년 29%에서 지난해 35%로 상승했다. SK브로드밴드는 장기우수고객 서비스인 B타민 서비스의 적용 대상고객을 2014년 전체 고객 대비 9.9%에서 2017년에는 23.2%로 확대하여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해 더욱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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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해진 고객의 충성도는 ‘잠금 효과(Lock-in effect)’를 강화시킨다. 기존 제품을 사용하던 소비자가 설령 더 좋은 기능을 가진 제품이 나오더라도 계속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효과를 말한다. 거기다가 사용하던 제품과 서비스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면 소비자와 상품 사이에 정서적, 심미적 동질감까지 느끼게 된다. 기능이 비슷한 새 제품이 나오더라도 그것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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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제일, 고객 우선, 고객 최고, 고객 만족, 고객 행복···.

바야흐로 고객 중심시대다. 기업도 고객만족경영이라는 슬로건 아래, 경영의 모든 영역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기업이 양보다는 질로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경영을 한다는 얘기다. 그것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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