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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자수첩] 4차 혁명 적임자라는 대통령 후보들의 통신 공약(空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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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19대 대통령 주요 후보들은 입만 열면 자신이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해 혁신을 이루겠다”고 공약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는 “민간 주도로 4차 산업혁명 촉진과 정보통신기술(ICT) 활성화를 이룰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질세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도 “4차 산업육성을 위해 5년간 20조원 창업 투자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만드는 데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새 인프라의 핵심은 2년 뒤 시작될 5세대(G) 이동통신망이다. 5G는 4G보다 최대 1000배 빠른 통신망이다. 5G 시대가 열리면 대용량 데이터를 송수신해야 하는 자율주행이나 실시간 가상현실(VR) 등이 가능해진다. 이 통신망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는 무려 30조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5G를 위해 이동통신사들의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대통령 후보들은 통신사의 통신료부터 인하하겠다는 공약부터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문 후보는 “3대 이통사의 요금책정에 포함된 기본료는 통신설비 구축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것인데, 충분히 초기 구축비용 이상을 건진 만큼 계속해 기본료를 부과하는 건 부당하다”며 기본료 폐지를 주장했다.

문 후보의 공약이 실현될 경우 이통 3사는 연간 7조2600억원에 이르는 기본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는 한해 이통 3사 영업이익인 3조6000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온국민 데이터무제한 요금제’ 도입을 주장했는데 이를 위해선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선 데이터 트래픽을 늘려야 한다. 이동통신사의 망·기술 투자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실현 가능한 공약이다.

이들 대통령 후보들의 통신비 절감 공약대로라면, 이동통신 3사의 5G 네트워크 투자비 마련에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내놓은 공약인 ‘4차 산업 혁명'과 ‘통신료 인하' 둘 중 하나는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돌이켜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본료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흐지부지 됐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동통신의 원가보상률 도입 등으로 가계통신비 인하를 내세웠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후보들의 통신 공약도 찬찬히 따져보면, 표심만 노린 다른 선심성 공약과 다를 바 없다.

심민관 정보과학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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