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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유나이티드항공 사례로 본 `신뢰를 잃는 3가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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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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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135]
- 기업이 고객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3가지 조건
- 1. 악명높은 잘못 2. 반복적인 잘못 3. 잘못된 사과


유나이티드항공이 고객을 강제로 퇴거시킨 사건이 일어난 지 2주가 지났지만 사건의 여파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글로벌 미국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9일(현지시간) 티켓을 사고 정당하게 탑승한 고객에게 오버부킹(항공권 초과판매)을 이유로 내려줄 것을 요구했고, 고객이 이에 응하지 않자 강제로 끌어내렸다. 이 모습이 담긴 영상은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사건 발생 직후 유나이티드항공 모회사인 유나이티드 콘티넨털 홀딩스의 주가가 폭락해 며칠 사이에 수천억 원이 날아갔다. 2018년부터 유나이티드항공의 이사회 의장직을 자동 겸직하게 될 예정이었던 오스카 무노즈 유나이티드항공 CEO도 의장이 될 수 있을지 이사회의 판단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유나이티드항공 입장에서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은 고객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모닝컨설트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나이티드항공 사태를 알고 있는 70%의 응답자 중 44%가 한 번 경유하고 돈을 더 내더라도 유나이티드항공은 타지 않겠다고 답했다.

기업·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신뢰는 향후 고객의 지속적인 구매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당장의 기업·브랜드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의 존망과도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고객과 직접적이고 지속적으로 접촉해야 하는 서비스 기업에 특히 중요한 문제다. 텍사스 A&M 대학 메이스 경영대학원의 레너드 베리 교수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서비스 기업이 고객의 신뢰를 잃게 되는 조건에 대해 기고했다.

우선 베리 교수는 서비스 기업의 잘못이 악명 높을 때 고객의 신뢰를 잃게 된다고 했다. 유나이티드항공 사례와 같이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해 SNS에 올릴 수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잘못이 악명 높아질 확률은 더 커지게 됐다. 동영상과 온라인을 통한 전 세계적인 확산은 고객의 신뢰를 빠르게 잃게 하고, 기업의 잘못을 용서받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든다.

두 번째 조건은 잘못이 연속된 패턴의 하나로 인식될 때다. 잘못이 반복되면 해당 서비스 기업이 열악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일종의 내러티브(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된다. 일단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되면 고객 신뢰는 급락하고, 온라인상에서 비판은 더욱 거세지게 된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승객 강제 퇴거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유나이티드항공 비행기에서 전갈에게 물렸다는 등 사소한 문제까지 거론되며 열악한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되고 있다. 이는 그 어떤 현명한 광고를 통해서도 지울 수 없게 된다.

세 번째 조건은 잘못에 대한 사과가 충분하지 않아 2차 잘못을 저지를 때다. 기업이 약속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실패했을 때는 즉각적인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 사건 발생 직후 끌려나간 고객이 공격적이었다고 표현한 유나이티드항공처럼 고객을 탓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잘못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때 고객들은 기업이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느끼며 자신들의 충성을 받을 가치가 없다고 느낀다.

베리 교수는 고객들의 신뢰를 얻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크리스트 등을 통해 업무 절차를 사전에 상기시킴으로써 서비스상의 문제가 고객에게 도달하기 전에 해결할 것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계약상의 조건을 무리하게 적용해 고객의 신뢰를 훼손하지 말 것 △하급자에게 위임할 수 없는 결정은 상급자에게 맡김으로써 기업의 전반적인 평판을 관리하게 할 것 △잘못을 저지른 경우에는 사과와 함께 왜 그런 잘못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포함할 것을 조언했다.

브랜드 컨설팅 전문가 앤디 페인 인터브랜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총괄사장은 최근 매일경제 비즈타임스팀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고객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코멘트를 할 수 있게 됐고, 그것이 기업·브랜드로 하여금 고객의 경험을 더 지속적으로 관리하게끔 요구한다"며 기술 발달로 인해 기업·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관리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앤디 페인 사장은 이것이 위기만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제대로 해낼 경우 받는 보상은 더욱 크다"며 "미래에도 결국 고객 중심적인 기업·브랜드가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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