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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환경 파괴 주범 비닐봉지 먹어치우는 애벌레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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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듯 애벌레가 비닐봉지를 먹어치우는 모습이 발견됐다. 속도는 박테리아의 플라스틱 분해보다 1400배 이상 빠르다. 애벌레를 환경 파괴 주범으로 꼽히는 비닐봉지를 해체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비닐봉지는 전 세계에서 연간 1조개 이상 소비되지만 땅에 묻어도 분해되는 데 최소 10~20년이 걸린다.

스페인 칸타브리아대 생의학·생명공학연구소의 페데리카 베르토치니 박사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크리스토퍼 하위 교수 연구진은 24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꿀벌부채명나방의 애벌레가 폴리에틸렌 성분의 비닐봉지를 먹고 분해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가 비닐봉지를 갉아 먹어 구멍이 난 모습. /스페인 국립과학위원회



꿀벌부채명나방은 벌집에 몰래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벌집의 밀랍(蜜蠟)을 먹고 자란다. 아마추어 양봉가인 베르토치니 박사는 "벌집에 기생하는 애벌레를 잡아 비닐봉지에 넣었는데 나중에 보니 비닐봉지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며 "이를 계기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영국 수퍼마켓에서 쓰는 일반 비닐봉지에 명나방 애벌레 100마리를 넣었다. 40분 후 비닐봉지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12시간이 지나자 비닐봉지 무게가 92밀리그램 줄었다. 이는 지난해 발표된 자연 상태 박테리아의 플라스틱 분해보다 1400배 이상 빠른 속도이다.

베르토치니 박사는 "애벌레가 평소 먹는 밀랍도 고분자 사슬 구조인 일종의 천연 플라스틱"이라며 "애벌레 침샘의 효소나 장내 세균이 밀랍과 비슷한 구조의 폴리에틸렌을 분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베르토치니 박사 연구진은 앞으로 애벌레에서 폴리에틸렌을 분해한 물질을 찾아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에 응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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