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잇따라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의 도발 억지 및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우리 정부에 따르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한다. 이건 아무리 양보해도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 남한은 한반도 무력 충돌 시 북한의 1차 공격 대상이자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해 주한미군과 공동작전을 전개해야 하는 나라이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최우선으로 협의해야 할 파트너가 있다면 그것은 시진핑이나 아베가 아니라 한국 정상이어야 한다. 비록 지금 우리 대통령이 공석 중이라고는 해도 엄연히 국가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코리아 패싱'을 한다는 것은 트럼프의 대한(對韓) 인식을 의심하게 만든다.
트럼프 정부는 출범 3개월이 넘도록 아직 주한 미국 대사를 임명하지 않고 있다. 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 열강들에는 일찌감치 대사를 보냈다. 지망자 부족 등 현실적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군색하게 들린다. 한반도 정세는 풍전등화인데 이를 관리할 대사 한 명 보내지 않는다는 건 트럼프의 한반도 구상에서 남한이 아예 빠져 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얼마 전 트럼프는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의 발언을 여과 없이 옮겨 우리 국민을 격분케 했다. 비록 한국 역사를 모르더라도 그런 언급이 한국인들을 불쾌하게 만들 것이라는 것쯤은 상식적인 일이다. 별생각 없이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동맹국에 대한 관심 또는 예의 결여를 시사한다. 과거 한미 관계가 삐걱거릴 때도 있었지만 이처럼 미국이 우리를 무시한 적이 과연 있었던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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