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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양승태 ‘사법개혁 저지’ 꼬리자르기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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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회 압박’ 드러난 이규진 상임위원만 인사 조치

일선 판사들 “사태 해결 의지 의문…법관회의 요구”

양승태 대법원장이 24일 사법개혁 저지 의혹의 핵심 연루자를 사실상 대기발령 처분하고 이 사건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미흡해 재조사를 해야 한다는 일선 판사들의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사태를 조기 봉합하고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판사들은 이날 양 대법원장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소집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번에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면 2003년 대법관 제청 파문과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논란에 이어 세 번째다.

양 대법원장은 조사위 조사 결과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를 축소하려고 대책을 마련하고 압박한 것으로 드러난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연구법관으로 발령했다. 이는 사실상 대기발령이나 마찬가지 처분이다. 양 대법원장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에 이 사건을 부의했다. 공직자윤리위는 법관의 비위와 그에 준하는 직무 관련 사건을 심의해 해당 법관의 징계 여부 등에 대해 대법원장에게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전문]대법원의 사법개혁 저지 의혹..판사들,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 제안

그러나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는 연구회 압박이 법원행정처의 조직적 개입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는데도 이 상임위원만을 전보 조치한 것을 놓고 대법원이 이번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상임위원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연구회 압박에 대해 보고하고, 부당한 지시에 반발한 이모 판사의 인사 취소를 양 대법원장이 직접 결재한 만큼 윗선의 책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 판사들의 요구다.

일선 판사들은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을 공식 요구했다. 이날 각급 법원 판사회의 대표들은 지난 22일 회의 결과를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리며 “전국의 모든 판사님들께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된 후속 조치와 사법행정의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각급 법원 판사회의에서 선출된 대표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제안한다”며 “대법원장님께 조속한 시일 내에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소집해주시고 회의가 실질적으로 기능하고 향후 제도화될 수 있도록 물적·절차적으로 뒷받침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글에서 조사 결과의 문제점도 명확히 밝혔다. 이들은 “진상조사 결과에는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의 정책 기획 및 의사결정에 관여한 사람들이 누구이고,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가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다”며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는 여전히 확인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아울러 사법행정의 최종책임자인 대법원장님께서는 법관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과 의견을 분명하게 밝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신임 법원행정처 차장에 김창보 서울고법 부장판사(57·사법연수원 14기)를, 신임 양형위 상임위원에는 천대엽 서울고법 부장판사(53·21기)를 전보 발령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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