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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사설] 선의의 기부자에 세금 폭탄 막는 '황필상法' 당장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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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억원어치 주식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황필상씨에게 225억원의 증여세를 매긴 것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으나 기획재정부는 문제의 증여세법 조항 개정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기재부는 "법 개정 문제를 검토는 하겠지만 당장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일선 세무서가 융통성 있게 세법을 적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무책임하다. 법인 대주주가 주식을 5% 이상 기부하면 과세하는 조항을 그대로 두고 세무서의 행정 판단에 맡기면 기부하는 사람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 기부 의욕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주식 기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조계에선 공익재단을 개인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이 명백한 선의의 기부자에 대해서는 '5%룰'의 예외 조항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야만 기부자들이 안심하고 보유 주식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선진국이 20~50% 기부까지는 과세하지 않고 있으며, 100% 비과세하는 나라도 있다.

문제는 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다. 야당은 대기업 오너들이 공익재단을 변칙 상속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며 '5%룰'을 손보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기재부가 법 개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은 지금의 정치 상황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5%룰'이 도입된 20여년 전과 달리 지금은 대기업에 대한 감시·견제 장치가 겹겹이 도입돼 있다. 변칙 상속을 이유로 이 낡은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5%룰'을 그대로 두더라도 선의의 기부자를 보호하는 예외조항을 만드는 방안이 필요하다.

기재부는 선의의 기부자가 세금 걱정 없이 안심하고 주식을 사회에 내놓을 수 있도록 '황필상법'(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국회는 통과시켜야 한다. 기부자에게 훈장은 못 줄망정 잠재적 탈세범 취급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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