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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데스크에서] 광주와 금호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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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권경안 호남취재본부장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 근로자들이나 이들을 바라보는 광주시민의 표정이 요즘 별로 밝지 못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타이어에 대한 우선 매수 청구권을 포기함에 따라 중국 회사(더블스타)에 매각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일정에 따라 중국 회사에 매각 절차를 마무리한다면 지역 기업이라고 부르기에는 시민 정서와 크게 멀어질 것이 분명하다.

광주와 전남 곡성 두 군데 공장 근로자들은 3800여명. 연매출액은 3조원, 광주 지역 생산액 비중은 10% 정도다. 광주에선 기아차 광주공장 등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제조업체다. 1960년 설립돼 지역민과 애환을 함께해 왔다. 금호타이어는 금호고속과 함께 광주에서 시작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체(母體)여서 지역민에겐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

지금 광주를 대표하는 사업장(공장)은 기아차, 삼성전자, 금호타이어다. 지난해 삼성전자 광주 공장은 베트남 등지로 생산 라인을 옮겼다. 프리미엄 가전이 남아 있지만 지역 생산액 비중은 작아지고 있다. 여기에 금호타이어마저 흔들리고 있다. 중국 자본에 매각되면 지역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지 않을까 노사는 물론 지역민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동안 광주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자동차산업 분야에서 적정한 임금 수준의 '광주형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비판적 시선을 감수하면서도 '100만대 생산 규모에 맞는 자동차 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사업을 2년여 만에야 국책 사업으로 인정받고, 산업단지를 마련하는 한편 사회적 대타협을 모색하느라 공무원들이 뛰었다. 광주시민은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 걱정한다. "세계 34위 업체가 14위 업체의 타이어 제조 특허 기술을 합법적으로 얻고 나면 광주에 무슨 투자적 관심이 있을까요. 결국 공장을 이전하고 대규모 실직 사태가 오지 않을까요?" 일자리 창출은커녕 광주가 그렇게 염원하는 자동차산업기반 조성사업에서 타이어산업의 한 축이 무너지고, 대량 실업이 몰려오지 않을지 걱정이다. 이 기업은 방위산업체이기도 하다.

이런 위기 의식을 반영하듯 윤장현 광주시장은 성명에서 "단순한 기업과 금융기관 간에 벌어지는 사적 경제 영역을 넘어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존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채권단은 국정 공백 상태에서 국가적 원칙이나 합의 없이 벌어지는 협상을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의회와 광주상공회의소, 경영자총연합회도 한목소리로 "지역 경제를 파탄으로 내몰고, 방산 기술과 최첨단 산업 기술 유출을 초래하는 매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기업 구조조정과는 다른 사정이 있는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에 대해 정부의 방관자적 자세가 '혹 최악의 결과가 나와도 상관없다'는 식의 '미필적 고의'와도 같은 실수를 범하게 되지는 않을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권경안 호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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