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MLB의 시샘… "테임즈, 너 약물 먹었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KBO 아들' 테임즈, 홈런 8개 단독 1위… 너무 잘해서 탈

컵스 코치·선수 "갑자기 활약해 당황" 약물의혹 우회표현

美언론도 놀란 '테임즈 신드롬'…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났냐"

- 테임즈 작년 한국서 도핑 2번 통과

지난 컵스戰 직후에도 도핑검사… 현재 양성 판정 나올 가능성 희박

한국서 2년 근육키워 '헐크' 별명

스타가 된다는 건 때론 고달픈 일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주목받을수록 감당해야 할 몫이 늘어난다. 개막 이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미 프로야구(MLB) 무대를 폭격하고 있는 새 별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야구팬에게 더 친숙한 그 이름, 바로 에릭 테임즈(31·밀워키 브루어스)다.

테임즈는 시즌 초반 가공할 불방망이로 메이저리그 전체를 흔들고 있다. 21일(한국 시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도 5회 역전 투런 홈런을 때리며 이 부문 MLB 전체 단독 1위(8개)에 올라섰다. 출루율(0.500)과 타율(0.415)은 각각 2위이고, 타점은 8위(14개)다. 3년 동안(2014~2016) KBO리그를 주름잡았던 '마산 로보캅'이 야구 본고장까지 접수한 것이다. 미국 네티즌들은 테임즈를 두고 '도대체 어디에 있다가 이제 나타났느냐'고 묻는다.

조선일보

MLB가 깜짝 놀란 ‘마산 로보캅’ - 때론 너무 잘해도 안 좋은 소릴 듣는다. KBO 무대를 주름잡았던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가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자 일부에서는 ‘약물 복용’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은 지난 16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홈런을 친 후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세리머니하는 테임즈의 모습. /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테임즈 신드롬'이 마냥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잘해도 너무 잘하는 테임즈의 기세에 '뭔가 의심스럽다'는 시선도 모여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약물 복용' 의혹이다. 테임즈는 최근 시카고 컵스와의 3연전에서 6안타(1홈런)를 몰아쳤다. 컵스의 크리스 보시오 투수 코치는 지역 라디오 인터뷰에서 "테임즈는 내가 오랫동안 본 적 없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예전과 비교해 몸이 달라졌다"며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가 갑자기 활약하는 건 당황스러운 일인데…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상당히 노골적으로 약물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테임즈에게 홈런을 허용한 컵스의 투수 존 래키도 "공을 밀어 때려 홈런을 만드는 건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고민해 볼 문제"라고 했다. 미 스포츠 전문매체 'SB네이션' 등 현지 언론들은 "이들의 발언은 테임즈의 약물 복용 의혹을 드러낸 것"이라고 전했다.

KBO리그는 통상 마이너리그(더블A~트리플A) 수준으로 평가된다. 테임즈의 등장에 놀라움과 의심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국내 야구 관계자는 "현지에서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KBO 출신 선수가 갑자기 빅리그 최고 타자로 활약하는 모습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야구에서는 갑작스레 실력이 향상된 메이저리거가 실제로 스테로이드(근육 강화제) 등의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선수들이 약물을 통해 경기력 향상을 꾀하는 건 메이저리그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지금은 상당히 엄격해졌지만 15~20년 전만 해도 '스테로이드 시대'라는 말이 나왔을 만큼 금지 약물이 선수들 사이에 만연했다. 이 때문에 테임즈에게도 약물 의혹이 제기됐다는 해석이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테임즈는 지난 컵스전 이후 도핑 검사를 받았다. 아직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테임즈는 최소한 한국에서는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었다. 테임즈는 지난해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로부터 5월(정규 시즌)과 10월(포스트 시즌) 두 차례 검사를 받았다. 당시 모두 음성(약물과 상관없음) 판정을 받았다. 2015년에도 검사를 두 번했고 모두 문제가 없었다. 테임즈는 이미 이때 '헐크가 됐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근육이 불은 상태였다. 과거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던 테임즈는 한국에 온 2014년만 해도 마른 몸매였지만, 2년간 본격적으로 '벌크업(bulk up·근육의 크기를 키우는 것)'을 했다. 원정 경기 때도 웨이트트레이닝을 빼먹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의 굵은 근육이 약물의 힘을 빌리지 않은 '자연산'이란 의미다.

그는 한국에서 몸집을 키우는 한편 명상·이미지 트레이닝 등으로 선구안도 길렀다. 테임즈는 최근 ESPN 인터뷰에서 "한국 시절 스트라이크가 아닌 공을 건드릴 때마다 1달러씩 모아 연말에 기부했다. 원래 난 모든 공에 스윙하는 타자였지만, 이후 공을 골라내는 능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순흥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