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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Tech & BIZ] Made by 애플·Made by 구글이 늘고 있다… 아마존도 미래 성장 시장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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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IT업계 수직 계열화… 하드웨어 영역 확장

이달 중순 일본 NHK는 미국 애플이 도시바 반도체 사업(도시바메모리) 인수전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대만 훙하이와 공동으로 3조엔(약 31조원)을 베팅한다는 것이다. 훙하이는 애플의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의 모(母)회사다. IT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해 설계(애플)-부품(도시바)-제조(폭스콘)로 이어지는 제조 수직 계열화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도시바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낸드 플래시를 만드는 기업이다.

애플·구글·아마존… 하드웨어 제조기술 확보에 나서

세계 소프트웨어(SW)를 장악한 애플·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미국 IT 기업들이 수직 계열화 전략을 쓰며 하드웨어(HW)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애플은 이달 들어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력 관리용 반도체(PMIC),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등 주요 스마트폰 부품의 독자 개발에 나섰다는 외신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애플은 독자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자사의 아이폰이나 애플워치 등에 탑재할 계획이다. 예컨대 전력관리용 반도체는 2019년에 나오는 아이폰에 쓰일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LED는 당장 내년부터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기업 구글은 다음 달 차세대 스마트폰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6년 전 스마트폰 제조업체 모토로라를 125억달러(약 14조원)에 인수하면서 하드웨어 제조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의 최신 버전을 자사의 스마트폰에 가장 먼저 적용하면서 하드웨어 기술력을 쌓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 전략을 발표했다. 이때 스마트폰 '픽셀', 블루투스 스피커 '구글 홈', 가상현실(VR) 기기 '데이드림' 등을 선보였다. 구글이 직접 설계한 제품이다. 외신들은 "구글이 애플과 삼성전자가 장악한 HW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도했다. 구글의 소프트웨어 능력과 자금력이 합쳐지면 한꺼번에 판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미래 성장 시장으로 클라우드(가상저장공간)와 IoT(사물인터넷)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15년에는 이스라엘 반도체 업체인 안나푸르나랩을 3억5000만달러(약 4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페이스북도 3년 전 가상현실(VR) 제조업체 오큘러스를 23억달러(2조6000억원)에 인수해 제조업에 한발을 들여놨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올 초부터 자체적인 배터리 제조공장인 기가팩토리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수직 계열화로 IT 주도권 강화 노려

글로벌 IT 업체들이 연이어 부품 기술을 확보하거나 하드웨어 기술업체를 인수하는 이유는 수직 계열화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기술을 등한시했다가는 하드웨어 제조사에 역공을 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애플은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개발력의 우위와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사와 막상막하의 경쟁을 펼쳐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스스로 빛을 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을 채택한 스마트폰으로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초조해졌다는 것이다. 결국 애플은 올해 하반기에 내놓는 차기 아이폰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로부터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받기로 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부터 스마트폰까지 수직 계열화 체계를 갖춘 삼성전자가 유기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대규모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애플이 자극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최근 수직 계열화엔 향후 부품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이 수직 계열화 흐름에 동참한 이유는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의 불안한 미래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이 확산할수록 OS의 중요성은 줄어들게 된다"며 "삼성이 갤럭시 S8에 빅스비 음성인식을 채택한 것에서 보듯이 더 이상 OS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가리지 않고 산업 영역이 무너지는 현실이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삼성전자·SK텔레콤·네이버가 경쟁하는 것처럼 분야별 시장의 경계선이 옅어지고 있는 것이다.

애플 등이 추진하는 수직 계열화 전략이 국내 부품 업체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메모리 반도체 수퍼사이클도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글로벌 IT 업체들이 만든 흐름에 덕을 보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들이 직접 자사의 영향력 아래 있는 부품업체에 물량을 몰아주게 되면 국내 업체들의 몫이 급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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