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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230년 만에… '블랙홀의 민낯' 본다 빛도 삼키는 우주의 구멍, 처음으로 실체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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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어떻게 발견됐나

'거대한 별에선 빛 못 빠져나올 것' 18세기에 처음으로 가설 세워

상대성이론으로 신빙성 더하고 70년대 'X선 관측'으로 존재 확인

우주의 검은 구멍 블랙홀(black hole)에 도전한 인류의 과학 여정이 드디어 종착역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달 초 안데스 산맥에서 남극까지 전 세계 8곳의 전파 천문대가 5일간 동시에 은하 한가운데 있는 블랙홀 두 곳을 관측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면 내년 초에 처음으로 블랙홀의 실체를 눈으로 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블랙홀은 어떻게 인류의 지적 세계에 자리를 잡은 것일까.

조선일보

그래픽=김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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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블랙홀은 230년도 더 된 구닥다리 이론이다. 시조(始祖)는 18세기 영국 요크셔 지방의 목사였던 존 미첼이다. 지질학에 관심이 많던 미첼은 1755년 지진이 일어나면 땅속으로 파동이 전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이론으로 명성을 얻어 런던의 왕립학회 회원이 됐다. 미첼은 1783년 왕립학회에서 별의 중력에 대한 강연을 했다. 여기서 블랙홀의 개념이 처음 제시됐다. 그는 "가상의 사고(思考) 실험을 통해 거대한 별의 중력이 충분히 크다면 빛이 표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블랙홀이 이름을 갖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천문학자인 피에르-시몽 라플라스 덕분이다. 그는 1796년 저서에서 빛도 탈출할 수 없는 거대한 별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암흑 물체(dark body)'란 이름을 붙였다.

두 사람의 이론은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잊혔다. 이들의 이론이 다시 과학 연구의 대상이 된 것은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아인슈타인 자신은 블랙홀이 불가능함을 입증하려 했지만, 그의 상대성이론에서는 엄청난 중력을 가진 천체에서 물질과 복사에너지가 사라지는 '특이점(singularity)'이란 개념이 나왔다.

독일의 천문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는 1916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기초해 블랙홀의 크기를 계산했다. 그는 블랙홀에서는 질량에 비례해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거리가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지구만 한 질량을 가진 블랙홀이라면 빛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거리는 1㎝가 될 것이라고 했다.

슈바르츠실트 이후 블랙홀은 다시 암흑기를 맞았다. 블랙홀이 르네상스를 맞은 것은 우주에서 발견한 이상한 신호 덕분이었다. 1970년대 미국의 우후루 위성은 X선 관측을 통해 백조자리 별자리에서 태양 질량의 30배인 푸른 별 주변에 태양 질량 15배 정도로 추정되는 보이지 않는 물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물체가 '백조자리 X-1' 블랙홀이다.

2002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서 백조자리 블랙홀과는 비교도 안 되는 초대형 블랙홀을 발견했다. 지구에서 빛이 2만6000년 동안 가야 하는 거리에 있는 '궁수자리 A*'였다. 바로 이번에 관측한 블랙홀 중 하나이다. 궁수자리 A*는 태양계만 한 영역에 태양 질량 450만개에 맞먹는 질량을 갖고 있다.

지금껏 나온 가장 사실적인 블랙홀의 모습은 2014년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킵 손 교수는 영화 제작진의 요청을 받고 최신 과학이론에 근거한 가장 사실적인 블랙홀을 선보였다. 그 결과는 두 편의 논문으로도 나왔다. 킵 손 교수가 이끄는 라이고 연구단은 2015년 9월 태양 질량 36배와 29배인 블랙홀이 합쳐지면서 시공간에 일으킨 중력파도 처음으로 관측했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엄청난 중력을 가진 물체가 시공간을 뒤틀고 그로 인해 물결파 형태의 중력파가 나올 것이라고 예견한 그대로였다. 이번 전파망원경의 집단 블랙홀 관측 결과는 내년 초에 나올 예정이다. 과연 킵 손 교수의 예지력은 내년에도 들어맞을까.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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