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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146년 된 서커스단 내달 문닫아… '추억'이 사라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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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의 사는 게 제기랄]

내가 열여섯 살 때 할아버지와 같이 본 서커스는 아직도 생생하다.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 있었던 '링글링 브러더스 서커스'로 내가 처음 경험해본 대형 서커스였다. 완전 충격이었다. 무대 3개에서 동시에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스리 링 서커스'였다. 한쪽에서 호랑이가 우렁차게 포효하면서 묘기를 부리고, 또 다른 곳에서는 코끼리가 행진을 하고, 나머지 무대에서는 광대들이 나와 사람들을 웃겼다. 두 시간 동안 이어지는 이 스펙터클 앞에서 나는 "와―아!" 하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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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루클린 바클리센터에서 열린 뉴욕 마지막 서커스. 호랑이는 재주를 부리고 인간들은 돈을 챙긴다. / 한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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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146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커스의 주인공 '바넘 & 베일리 서커스단'이 오는 5월에 문을 닫는다. 특히 우리 같은 베이비 붐 세대는 너무 슬프다. 어린 시절 추억이 사라지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오래되고 하나밖에 없는 대형 서커스단이 더 이상 운영을 할 수 없게 됐을까.

이유는 두 가지다.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을 껴안고 태어났기 때문에 서커스엔 큰 관심이 없다.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수많은 영화와 음악을 즐길 수 있고, 컴퓨터와 상대하는 게임도 많다. 1인당 100달러 이상 내고 줄을 한 시간 이상 서야 볼 수 있는 서커스의 번거로움도 불편하다. 둘째 이유는 동물 보호 단체의 항의 때문이다. 그들은 호랑이와 말, 특히 코끼리들이 조련받으면서 심한 학대를 당한다고 주장한다. 회초리로 구타도 당하고, 밥도 굶주리고,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는다고 주장하며 지난 14년간 격렬히 항의했다. 그 결과 이 서커스는 작년부터 코끼리 쇼를 아예 빼버릴 수밖에 없게 됐다. 법적 소송에 시달리면서 수백만달러를 잃었다. 서커스단을 더 이상 운영할 수가 없는 상황에 이르자, 400명쯤 되는 댄서와 광대, 동물 조련사로 구성된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서커스를 잃는다는 것은 야구와 농구 같은 미국 전통과 유산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특히 우리 세대가 슬퍼하고 있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시대가 도래한 이후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세계 최대 백화점이라고 불리는 메이시백화점은 전국적으로 68개 지점을 닫는다. 13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어즈K마트그룹도 150개 지점에서 영업을 중단한다. 엄청난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비극이 탄생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지금 세대의 생활습관이 달라졌고, 그에 따라 아마존닷컴이 그들을 완벽하게 지배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쇼핑 몰들은 인터넷 몰에 완패했다.

나의 어린 추억을 상기하며 뉴욕서 마지막으로 열리는 '바넘 & 베일리 서커스'에 양호를 데리고 갔다. 양호는 너무 좋아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코끼리 12마리가 행진하는 공연은 사라졌지만 호랑이 쇼는 볼 수 있어서 다행이고 너무 반가웠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매표소 입구에서는 아직도 동물 보호 단체가 시위를 하고 있었다. "서커스 보지 마세요. 동물 학대입니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나는 깊은 생각을 하며 갑자기 슬퍼졌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모든 사람의 취향을 맞춰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그건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동물들의 권리가 바로 인간의 권리다(Animal rights are human rights)."

[한대수 음악가 겸 사진가 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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