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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김용하]공짜 없는 복지 공약, 재원 대책도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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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복지수준 유지에도 年 40∼50조 적자인데

유력 대선 후보들, 재원 마련은 입 닫고 복지 확대만 약속

증세방안 함께 제시… 국민 동의 구해야

동아일보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이번 대선에서 후보별 복지 공약은 대동소이하다. 기초연금은 현재 매월 20만 원 수준에서 30만 원으로 인상하고, 월 10만∼15만 원의 아동수당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은 인상 시점이나 대상 범위가 조금 차이가 있지만 거의 유사하다. 그래서인지 지난 대선에서는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를 두고 이념적 논쟁이라도 오갔지만 올해는 복지 공약이 쟁점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지 않다.

다른 공약 예산은 제외하더라도 복지 공약 하나만을 이행하기 위한 추가적인 소요액은 임기 말인 2022년이 되면 한 해 20조 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기초연금으로 매년 10조 원 나가던 것이 20조 원이 나가야 하고, 아동수당으로 또 매년 5조∼15조 원이 더 필요한 공약을 발표하면서 명확한 재원 마련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는 증세 반대의 기조에서 공약 실현을 위하여 일차적으로 예산 절감 노력과 징세 강화를 위한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그러나 한계에 봉착해 적자재정으로 일관한 결과, 지난 4년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84조 원이 늘어나 627조 원이 되었다. 더욱이 국가 빚으로 연명해 온 우리 재정은 현행 복지 수준이 그대로 유지된다 해도 매년 40조∼50조 원 상당의 적자를 양산해야 하는 불균형 구조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새로운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지출 증가분에 대한 재원 조달뿐만 아니라 지난 정부가 해결하지 않고 넘겨준 적자 구조도 함께 풀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복지 지출 증가는 당연히 증세를 동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복지를 확대하겠다면서 증세는 안 해도 충분히 재원 조달이 가능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선심성 공약, 포퓰리즘이다. 우리에 앞서 이 길을 간 국가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국가채무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3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1위이다. 국가채무가 늘어난 것 모두를 복지 때문이라고 할 수 없지만 지난 20여 년간 정부 지출은 늘리면서 증세는 회피한 결과다.

경기 침체 시 대증요법으로 적자재정을 통한 내수 진작책이 사용될 수는 있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가능한 한 균형재정을 통해 재정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높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구 고령화, 양극화 등으로 대폭적인 정부 지출 증가 요인이 잠재되어 있을 경우에는 그 필요성이 더욱 크다. 일본은 구조적 저성장 상태에서 경기 진작을 위한 단기적인 적자재정을 일삼다가 현재의 파국 상황에 이른 것이다.

막대한 복지 공약에도 불구하고 명쾌한 재원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선 후보들이 국민의 의식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대체로 복지 확대에는 찬성하지만 증세에는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복지 확대에 상응하는, 비교적 명료한 증세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논리적이지만 지지율은 낮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재원 대책에 대해서 우물쭈물하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야심 찬 복지 플랜을 내놓았으면 증세 방안을 함께 제시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 선거 과정에서도 설득할 자신감이 없는 것이라면 설사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가채무를 늘리는 대안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복지 공약을 재원 대책과 함께 제안해야 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요즘 새롭게 제시되는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과 같은 제도는 부자가 빈자를 돕는 단순 구빈적 성격이라기보다는, 정해진 연령 조건 등만 충족되면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공유경제’의 성격을 띤 제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받을 수 있는 혜택에 상응하는 경제적 부담도 고려하면서 국민이 올바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공짜라는 인식을 주어서는 제도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초연금, 아동수당같이 재정 소요가 거대한 제도는 그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세 제도를 함께 제시하여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복지는 득표의 수단이 아니다. 대선 후보들은 복지가 고령화 양극화 등으로 갈가리 찢어지고 있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다시 하나로 복원하는 중요한 기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직함, 신중함, 정교함을 복지 공약에 담아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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