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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왓슨에게 물어볼까요'…의사와 코웍하는 AI 직접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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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라이프]국내 첫 AI 도입 가천대 길병원 탐방기…국내 의료법 적용 문제 등 해결과제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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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러니까 아직 다른 곳으로는 전이되지 않았다는 얘기죠?

B: 그렇습니다. 배꼽 위 아래로 각각 3㎝ 정도 째는 수술을 하게 될 겁니다.

C: 그럼 마지막으로 왓슨은 어떻게 판단했는지 한 번 볼까요?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1층에 자리한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 진료실에 모인 의사들과 암 환자가 나눈 대화다. 한 명의 암 환자 진료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6명의 의사는 돌아가며 환자의 상태, 치료 계획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환자가 정면에서 볼 수 있는 모니터에 ‘왓슨’ 프로그램을 띄웠다. 의사가 마우스를 움직여 왓슨에 접속했다. 이날 왓슨은 종전 의료진이 내린 것과 동일한 치료법을 제안했다. 의사는 “왓슨도 의사들과 같은 의견을 보였다”며 환자에게 다음 수순을 일러줬다.

◇의사와 어깨 나란히 하는 AI…데이터라는 우군이 경쟁력=인공지능(AI)이 국내 병원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이 첫 사례다. 이 병원은 IBM AI 플랫폼 왓슨 기반의 헬스케어 솔루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들여와 지난해 12월부터 진료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200여명 환자의 진료를 봤다.

왓슨은 환자의 나이와 성별, 몸 상태, 질병의 진척 속도 등을 의사처럼 면밀히 파악한다. 어쩌면 의사보다 빠른 속도로 상태를 진단하고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의사도 환자도 왓슨의 자문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왓슨 포 온콜로지(종양학)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암에만 특화된 솔루션이다. 김영생 가천대 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암은 상당히 세분화 돼 있는 데다가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높아 연구가 가장 활발한 분야”라며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분야라는 점에서 AI가 먼저 도입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동 과정은 겉으로 봐선 복잡하지 않다. 일단 의사가 왓슨 포 온콜로지에 나이, 몸무게, 현재 상태, 이전 치료법 등을 입력한다. 스무 가지 정도의 항목을 입력하면 왓슨은 그간 학습한 내용을 기반으로 치료 방법은 물론 이를 제안한 근거까지 제시한다. 정보를 입력한 뒤 치료법을 도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초가 채 되지 않는다. 기계인 왓슨이 이 같은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방대한 데이터다.

왓슨은 지금까지 300종 이상의 의학 학술지를 공부했다. 세계적으로 매일 100건 이상의 의학 논문이 발표되는데, 이런 논문을 여러 편 실은 학술지를 수백권 연마했다는 의미다. 200권 이상의 교과서와 1200만 장에 달하는 문서 내용까지 합하면 왓슨의 두뇌에 넣은 데이터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6년째 암 진료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CC)와 MD앤더슨 암센터, 클리블랜드 클리닉 등과 손잡고 이 순간에도 학습을 멈추지 않고 있다.

병원이 왓슨 도입을 결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길병원은 매년 5만명 가량의 암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왓슨이 분석한 데이터 자체가 양질이기 때문에 판단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 뿐 아니라 의사들이 내린 판단과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의료진들의 평가다. 김 교수는 “왓슨과 인간이 각각 제시하는 치료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왓슨이 엉뚱한 치료법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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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9월 IBM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암 환자 진료에 적용 중이다. 지난달 28일 길병원 1층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에서 의료진이 환자 진료를 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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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진료 패턴 변화 가져와…국내법 적용 등 과제도 산적=AI는 의료기관의 진료방식도 바꾸고 있다. 통상 위암, 폐암, 대장암, 직장암 등 4대 암을 제외한 나머지 암들에 대해서는 의료진과 환자가 일대일로 진료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왓슨을 도입한 뒤 많은 과의 의사들이 모여 진료하는 ‘다학제 진료’가 늘고 있다. 유방암, 폐암, 대장암, 직장암, 위암, 난소암 등 6개 암환자들은 내과, 외과, 혈액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등 최소 5개과 의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진료를 받는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의사들끼리는 물론 AI와의 협진으로 검사 횟수나 진단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료 시간 역시 종전보다 여유 있다. 환자 입장에서 좋은 점이 많아진 셈이다. 길병원 관계자는 “협진의 경우 최소 비용이 40만~50만원 정도 들지만 왓슨을 도입한 후 건강보험 등을 적용해 다학제 진료비를 7000원 수준까지 낮췄다”고 설명했다.

AI 진료가 일반화되면 의료의 질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뿐 아니라 의사가 느끼는 기대감이 제법 크다. 의료진은 환자들의 데이터를 일일이 기록, 관리하는 것은 기계에 맡기고 일목요연하게 정리, 분석된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반긴다. 김 교수는 “의료진이 할 수 있는 실수나 오류 등을 기계가 잡아주면서 의사들은 심층적으로 인간의 사고가 필요한 연구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왓슨은 치료법에 대한 의견을 주는 훌륭한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러 면에서 풀어갈 숙제도 많다. 무엇보다 국내 실정에 맞는 가이드라인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길병원을 비롯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등 국내 병원이 도입해 쓰고 있는 왓슨은 미국 의료보험법 체계하의 치료법을 제시한다. 미국 보험에 적용되는 약재를 우선적으로 추천하고 국내 의료보험에 등재되지 않은 방법을 제안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길병원 관계자는 “왓슨은 미국을 기반으로 연구, 활용된 것이기 때문에 한국 의료법 체계에 맞게 프로그램을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한국IBM과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리 이슈도 있다. 주어진 규칙에 따라 정상 작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 위험이 존재하다는 점, AI를 다루는 사람의 실수 등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AI에 의사 결정권을 얼마나 부여하고 이것에 어느 정도의 책임을 어떻게, 누구에게 지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인간의 몫이다.

이와 관련해 IBM은 AI는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닌 조력자 역할임을 강조한다. IBM 관계자는 “왓슨은 사람들의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일 뿐, 최종 결정권자는 인간”이라고 말했다.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도 장기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왓슨 헬스 클라우드 위에서 작동한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상 환자 개인정보를 외부 클라우드에 보관할 수 없다. 길병원은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하면서 환자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식별 정보를 왓슨 데이터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다. 치료에 대한 결과도 활용하지 않기로 IBM과 합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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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을 활용한 발열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엠트리케어 /사진제공=한국I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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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관리부터 항암치료제까지…AI 어디까지 진화할까=의료 영역에서 IBM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지점은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다. 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시해 개인들의 삶을 안락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개인 의료서비스 혁신을 위해 ‘왓슨헬스’ 사업부를 세운 IBM은 미국 플로리다 주피터 메디컬 센터와 협업해 전 세계 암 발병 건수의 80%를 다룰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진료 외 다른 의료 사업 접목도 활발하다. 세계적인 제약회사 화이자는 왓슨을 이용해 면역 항암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신약 개발분야에 왓슨을 적용한 사례는 최초다. 의료기기 업체 메드트로닉은 왓슨으로 혈당 모니터, 인슐린 펌프 등의 기기로부터 도출되는 데이터를 접목한 맞춤형 당뇨병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일상생활의 특정 행동이 당뇨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해 코칭해 주는 모델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국내 기업에서도 활용 사례가 등장했다. 스마트 헬스케어 전문업체 엠트리케어는 AI와 스마트 체온계를 연동한 영유아 발열 관리 서비스를 내놨다. 영유아의 체온과 건강 상태를 왓슨을 통해 관리한다. 해열제 복약량과 복약 시간, 방법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데이터가 쌓이면 영유아 건강과 성장관리 영역으로 범위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인천=김지민 기자 dand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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