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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만신창이 경남'을 무패로… 김종부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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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선두 경남FC 김종부 감독

고교·대학·아마팀 차례로 맡으며 바닥부터 검증된 지도자로 성장

- 경남, 강등·심판매수 얽혀 '최악'

패배의식 없애고 조직력 최우선… "우린 지는 법 잊었다" 5승2무

최근 프로축구 K리그에 "지는 법을 잊었다"는 애교 섞인 허세를 부리는 팀이 나타났다.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 전북 현대도, 클래식(1부 리그) 우승팀 FC서울도 아니다. '심판 매수' '해체 위기' 등으로 얼룩졌던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의 경남FC가 '무패 자랑'의 주인공이다.

경남은 이번 시즌 1·2부 합쳐 22개 팀 중 유일하게 한 번도 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챌린지 7경기에서 5승2무(승점 17)로 단독 선두에 올라 있고, FA컵에선 1부 팀 대구FC를 잡아내며 16강에 진출해 있다. 경남은 시즌 초반 '승격 후보'로 거론된 적도 없던 팀이다.

경남발 돌풍을 만든 인물은 '비운의 스타' 김종부(52) 감독이다. 그는 최악의 상황에서 경남에 부임해 2년 만에 무패의 팀으로 만들어 놓았다. 김 감독은 1983년 세계청소년선수권(현 U-20 월드컵) 4강 주역이자 1986년 멕시코월드컵 불가리아전에서 골을 넣었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하지만 고려대 4학년 시절 프로팀 대우와 현대에서 동시에 그를 영입하려고 경쟁하면서 생긴 최악의 스카우트 파동으로 1년 넘게 축구를 하지 못했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포항제철에서 프로 무대를 밟았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하고 서른 살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

조선일보

무패 감독된 ‘비운의 스타’ - 경남FC는 올 시즌 K리그에서 유일하게 진 적이 없는 팀이다. 지난 시즌 부임한 김종부 감독이 2부리그에 속한 경남을 재건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6일 대전시티즌과의 경기를 지켜보는 김 감독(왼쪽). 오른쪽 큰 사진은 경남 정원진(오른쪽서 둘째)이 지난 2일 수원FC전에서 골을 넣고 세리머니하는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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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관심에서 잊혀 가던 그는 학원 축구에 몸담으며 지도자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1997년 거제고 감독을 시작으로 동의대·중동고를 맡았다. 성인 무대는 2011년 아마추어 리그인 K3챌린저스리그 양주에서 시작했고, 2014년 화성FC에서 K3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학원 축구와 아마추어 축구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검증된 지도자'로 성장해 왔다.

경남은 이런 김 감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2005년 창단한 도민 구단 경남은 한때 윤빛가람과 김주영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다크호스로 불렸다. 하지만 2014년 시즌 후 2부 강등이 결정됐고, 2015년엔 팀의 전 단장이 심판을 매수했던 혐의가 뒤늦게 드러나 2016시즌 승점 10 감점이라는 중징계도 받았다.

안 그래도 약한 팀이 승점마저 삭감당하면서 선수들은 낙담했다. 김 감독은 부임 후 기존 선수들의 '패배 의식'부터 바로잡았다고 한다. 그는 "의욕이 전혀 없는 선수들에게 '바닥을 치고 반등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하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 경험을 전달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학원 축구에서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며 터득한 인내심으로 기다렸다고 한다. 2016시즌 초반은 팀을 재건하기 위해 조직력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이후엔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주는 축구를 했다.

올해 경남은 "지고 있어도 비길 것 같고, 비기고 있으면 이길 것 같은 팀"이란 평가를 받는다. 지난 19일 대구전에서도 0대1로 뒤져 있다가 후반 막판 2골을 넣어 역전승했다. '지는 법'을 잊은 김 감독과 경남은 이제 '승격'을 꿈꾸고 있다. 1위면 1부 직행이고, 4위 안에 들면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다. 경남은 23일 홈(창원축구센터) 안산전에서 리그 8경기 연속 무패에 도전한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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