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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갤럭시S8 '고남기 장인'이 인터뷰를 거절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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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개통 시작된 갤럭시 S8 시리즈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너무 뜨거워서인지 디스플레이가 벌겋게 달아올랐다는 보고 역시 적잖이 나오고 있다. 어떤 이는 선홍빛 도는 액정을 가리켜 봄맞이 사쿠라(桜·벚꽃) 에디션이라 칭했고, 누군가는 지옥불반도를 스마트폰에 구현한 삼성의 기술력과 센스에 무릎을 쳤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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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액정 현상이 나타나는 갤럭시 S8 기기(왼쪽)와 정상 기기./인터넷 캡쳐


여하간 100만원 가까이 들여 산 기계에서 정육점 불빛이 뜨길 바라는 이는 드물었다. 이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맑은 액정이 달린 양품(良品)을 구하는 노하우가 여럿 나왔고, 그 중 가장 유명했던 게 일명 ‘고남기 에디션’이다. 갤럭시 S8 상자에는 개봉되지 않은 제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그 스티커에 적힌 검수자가 고남기씨면 공산주의 액정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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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남기 에디션./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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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결과 고씨는 실제로 경북 구미사업장에서 일하는 삼성전자 소속 제조파트 직원이었다. 불량률 낮은 제품을 만드는 장인(匠人)의 노하우를 듣고자 인터뷰를 청했지만, 그는 정중한 거절의 뜻을 밝혔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벚꽃 액정 사건이 회사 입장에선 악재(惡材)이기 때문에, 조직의 일원으로서 이와 관련된 언급을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삼성전자가 “붉은 액정은 소프트웨어로 보정 가능한 현상”이라 해명했지만, 여전히 소비자 시선은 고와질 기미가 없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검수자인 본인이 인터뷰에 나서면 벚꽃 액정 이슈가 더 격화되며 회사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거다.

둘째는 고씨 본인이 남들보다 탁월하거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아니어서라 한다. 그는 “내 제품에 불량이 드문 건 순전히 우연”이라며 “모든 검수자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어쩌다 내게 말썽 없는 제품이 좀 몰렸다 해서 내가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부각되는 건 옳지 못하다”고 했다.

인터뷰는 할 수 없었지만, 거절 사유를 듣는 것만으로도 고씨 손끝에서 양품이 나오는 이유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고씨 말대로 그의 손을 거친 제품 중 불량품이 적은 건 우연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고씨가 네티즌 추앙을 받기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모범적인 인물인 건 사실인 듯하다.

[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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