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액정 현상이 나타나는 갤럭시 S8 기기(왼쪽)와 정상 기기./인터넷 캡쳐 |
여하간 100만원 가까이 들여 산 기계에서 정육점 불빛이 뜨길 바라는 이는 드물었다. 이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맑은 액정이 달린 양품(良品)을 구하는 노하우가 여럿 나왔고, 그 중 가장 유명했던 게 일명 ‘고남기 에디션’이다. 갤럭시 S8 상자에는 개봉되지 않은 제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그 스티커에 적힌 검수자가 고남기씨면 공산주의 액정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남기 에디션./조선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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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결과 고씨는 실제로 경북 구미사업장에서 일하는 삼성전자 소속 제조파트 직원이었다. 불량률 낮은 제품을 만드는 장인(匠人)의 노하우를 듣고자 인터뷰를 청했지만, 그는 정중한 거절의 뜻을 밝혔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벚꽃 액정 사건이 회사 입장에선 악재(惡材)이기 때문에, 조직의 일원으로서 이와 관련된 언급을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삼성전자가 “붉은 액정은 소프트웨어로 보정 가능한 현상”이라 해명했지만, 여전히 소비자 시선은 고와질 기미가 없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검수자인 본인이 인터뷰에 나서면 벚꽃 액정 이슈가 더 격화되며 회사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거다.
둘째는 고씨 본인이 남들보다 탁월하거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아니어서라 한다. 그는 “내 제품에 불량이 드문 건 순전히 우연”이라며 “모든 검수자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어쩌다 내게 말썽 없는 제품이 좀 몰렸다 해서 내가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부각되는 건 옳지 못하다”고 했다.
인터뷰는 할 수 없었지만, 거절 사유를 듣는 것만으로도 고씨 손끝에서 양품이 나오는 이유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고씨 말대로 그의 손을 거친 제품 중 불량품이 적은 건 우연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고씨가 네티즌 추앙을 받기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모범적인 인물인 건 사실인 듯하다.
[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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