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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철강은 안보다" 트럼프, 철강 장벽 건설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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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출범 후 사문화된 조항 부활시켜

"미국 근로자, 미국산 철강 위해 싸우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철강 장벽’ 건설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외국산 철강이 미국의 안보를 침해하는지를 상무부에 조사하도록 명령하는 행정 각서에 서명했다. 이 지시는 무역확장법의 232조를 발령토록 하는 조치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미국의 안보를 저해하는지를 조사해 이를 차단하는 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미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조사 없이도 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보호무역 수단으로 여겨진다. 원래 미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1962년 법이 만들어졌지만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발족한 이후 사실상 가동되지 않아 그간 사문화됐던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 조항을 꺼내 든 것은 향후 철강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첫 단계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정부가 1962년의 법을 되살려 철강 수입을 막는 새로운 장벽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 및 철강업계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철강은 우리 경제와 안보 모두에 중요하다”며 “외국에 의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근로자와 미국산 철강을 위해 싸우겠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치가) 중국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와 관련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간 중국과 한국 등의 외국산 철강 제품을 견제하기 위해 반덤핑 관세를 매기는 방식을 써왔다. 그러나 철강과 안보의 결합은 전혀 새로운 접근법이다.

WSJ에 따르면 과거엔 핵심 제품을 캐나다ㆍ한국ㆍ멕시코 등 우방국에서 구할 수 있으면 미국내 생산 능력이 위축돼도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이와 반대로 국가 안보를 위해선 견실한 제조업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행정각서에 따라 미 상무부는 최장 270일 간 조사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30일에서 50일”이라고 밝혀 속전속결식의 진행을 예고했다.

조사 결과 안보 침해로 결론이 나면 트럼프 정부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 물량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1980년대에 수출국을 압박해 해당국 자체적으로 수출 물량을 제한하도록 했던 조치를 예상했다. 미국은 당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을 상대로 자발적 수출 제한 조치(VER)를 요구했다.

하지만 안보를 이유로 한 철강 수입 제한은 무역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신문은 “트럼프의 전략은 무역 보복을 당할 위험을 안고 있다”며 “상대국이 미국 제품에 대해 유사한 조치로 보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철강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워싱턴 지사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면서 통상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상의 이경상 경제조사 본부장은 “트럼프의 행정부가 최근 취한 일련의 조치들은 공정한 무역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한국 기업은 구체적으로 불공정성을 조사하는 한편 이런 조치가 결국 미국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을 부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서울=전영선 기자 mfemc@joongang.co.kr

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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