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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팔리는 생소한 과자에 복권 넣었더니 인지도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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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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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MBA 레터-8] 美레이즈 감자침 헝가리 진출 마케팅 케이스스터디

광고·마케팅학에서 중요한 '피라미드 이론'이 있다.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1)인지 (2)지식·이해 (3)선호 (4)구매 (5)정기적 이용 등 소비자의 단계에 맞게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예컨대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경우 인지도를 먼저 올리는 게 마케팅의 핵심 목표가 된다. 여기서부터 질문이 시작된다. 인지도를 극대화하는 방법은 신문, 잡지, TV, 온라인 등 다양한 광고는 물론 제품 판촉 홍보 등 셀 수 없이 많은데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법은 아니지만 미국 메이저 식음료업체 펩시코가 헝가리 시장에 처음으로 내놓은 감자칩을 홍보하기 위해 제품에 '돈'을 끼워넣는 센세이셔널한 방법을 쓴 사례를 소개한다.

1996년 초. 미국 펩시코 본사는 존 스티벤슨을 펩시코 스낵부문 헝가리 지사장으로 파견했다. 그의 핵심 미션은 단 하나. 펩시코가 1995년 6월 헝가리에 첫 출시한 레이즈 감자칩 매출을 높이는 것이었다. 1996년 2~3월 헝가리 감자칩 시장은 점유율 기준 치오(46%), 유나이티드 비스킷(25%), 레이즈(12%), 발센(8%), 바이펠(8%), 기타(1%)로 펩시코 본사 입장에서는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본사에선 스티벤슨 사장에게 1996년 연간 마케팅 예산으로 100만달러를 책정했다. 이는 1위 제품 치오의 마케팅 예산과 같은 수준으로 어떻게 해서든 치오에 가깝게 실적을 올리라는 지시였다. 치오는 헝가리 토종 브랜드로 100만달러의 마케팅 예산 중 44%는 매스미디어에 쓰고, 나머지는 제품 판촉 홍보에 사용했다.

레이즈는 헝가리 시장 진출 시 옥외 광고판을 주요 홍보 수단으로 삼았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설문조사 결과 겨우 7%의 소비자들이 레이즈의 옥외 광고를 알고 있었다. 레이즈 브랜드 인지도는 20%. 스티벤슨 사장에겐 선택의 순간이 왔다. 1996년 한 해 동안 마케팅 예산을 치오처럼 광고와 제품 판촉으로 양분해서 써야 할지 아니면 광고에 더 써야 할지 등 구체적인 마케팅 플랜을 짜야 했다.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맛을 첫 번째 구매 기준으로 삼았고, 스낵 구매는 주로 충동적으로 행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품 판촉이 구매에 매우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쟁사는 끊임없이 여러 선물을 주는 쿠폰을 제품에 끼워넣고 있었다. 다수 소비자들은 눈을 감고 레이즈와 치오를 시식하면 레이즈가 더 맛있다고 판단했지만, 선호도는 치오가 더 높았다. 결국 소비자들은 레이즈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스티벤슨 사장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감자칩 봉지에 '돈'을 넣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약 4만원(1000개), 1만원(2000개), 4000원(6000개), 1000원(9만6000개)에 해당하는 헝가리 지폐 혹은 똑같은 감자칩을 살 수 있는 쿠폰(49만5000개)을 집어넣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총 27만2000달러로 전체 마케팅 예산의 27%를 쏟아부은 것이다. 스티벤슨 사장은 '감자칩 속 돈' 이벤트를 1996년 4~6월 실행키로 하고, 이벤트 초기에는 당첨 확률을 6분의 1로 했고 차후 3분의 1로 높였다. 평균 당첨 확률은 22%로 유지했다. 동시에 처음으로 TV, 라디오, 영화, 신문 등에 관련 광고를 돌렸고,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덕분에 이 이벤트는 그해 9월까지 연장됐다. 제품에 직접 돈을 끼워넣는 이벤트는 헝가리 역사상 처음이었다. 언론에서도 이 이벤트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연일 기사를 쏟아냈다. 다소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으나 온 국민적 주목을 받는 이벤트로 부상했다. 스티벤슨 사장의 목적은 소비자들이 레이즈를 한 번이라도 맛보게 하는 것이었다. 한 번 레이즈를 맛보면 레이즈를 선택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구체적인 성과를 보자면, 레이즈의 시장 점유율은 그해 2월 초 12%에서 9월 말 34%로 약 3배 뛰었다. 여전히 1위 제품은 치오였지만 격차가 5%포인트 안으로 줄었다. 감자칩 시장 자체도 돈 이벤트를 벌인 기간에 30% 이상 확대됐고 9월 말엔 20% 확대로 나타났다. 물론 인지도도 크게 향상됐다. 설문조사 결과 레이즈의 인지도는 기존 20%에서 40%로 2배 높아졌다. 반면 치오의 인지도 역시 60%에서 70%로 늘어나는 역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것도 있었다. 이벤트 기간 내내 레이즈와 치오를 눈을 감고 시식한 결과 다수 소비자들은 레이즈가 더 맛있다고 판단했으나 소비자 선호도는 여전히 치오가 높았다. 치오 역시 그해 8~11월에 복권식 쿠폰을 제품에 넣는 이벤트를 진행해 레이즈에 대항했다.

모든 이벤트가 끝난 후는 어땠을까?

1997년 2~3월 기준으로 보자면 치오는 점유율을 50%로 확대하며 1위 자리를 더 확고히했고, 레이즈는 32%의 점유율로 확실한 2위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반면 나머지 브랜드 제품은 10% 미만 점유율을 가지게 되 시장 자체가 양강 체제로 전환됐다.

미시간대학 MBA스쿨에서 광고마케팅을 담당하는 캐서린 버슨 교수는 "레이즈의 마케팅 방식은 철저히 인지도 제고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서 "다소 센세이셔널한 측면이 있지만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확실히 성공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버슨 교수는 "이 같은 이벤트는 더 강력한 경쟁사의 유사한 이벤트로 이어질 수 있고 자칫 경쟁적인 이벤트 소모전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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