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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가상 및 증강현실, 연결은 물론이고...돈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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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노림수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비전은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 구글의 구글글래스를 비롯해 다양한 기기들이 등장하고, 뚜렷한 실적을 보여주지 못한 매직리프에 글로벌 ICT 공룡들이 소위 묻지마 투자를 단행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리스크가 분명하지만 반드시 잡아야 할 시장이라는 공감대. 문제는 이러한 공감대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느냐의 문제다. 어떻게?

재미있는 지점을 먼저 보자. 우리는 흑백에서 컬러SD, HD를 넘어 '다음 TV의 패러다임이 무엇일까?'에 집중했고, 아주 잠시지만 3DTV의 가능성에 시선을 빼앗기기도 했다. 입체감 넘치는 3DTV는 기존의 TV 역사를 반추하면 상당한 별종이다. 화질의 문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몰입감에 집중한 생생한 사용자 경험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사 중심의 생태계 및 콘텐츠 수급 부족 등의 이유가 겹치며 3DTV는 위험한 불장난에 그쳤고, TV를 팔아야 하는 업체들과 콘텐츠를 만들어 돈을 벌어야 하는 방송사는 다시 화질의 역사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UHD TV가 그 주인공이 되었다. 새로운 기술이, 패러다임이 등장해야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에서 3D의 생생함은 실패했다는 뜻이다.

유심히 살펴야 하는 부분은 바로 여기다. 기껏 TV의 미래동력을 잡는다는 것이 '도로 화질'이라니. 물론 몰입감 및 기술적 고도화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소 아쉬운 결론이다. 이는 통신의 역사와 닮았다. 3G까지는 전화와 문자,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로 막강한 비전을 보여줬지만 4G부터 보여줄 것이 없었다! 그러자 기껏 4G와 5G부터 보여준다는 것이 속도. 그 이상의 가치를 원했다면 너무 순진했던 것일까?(물론 5G를 통한 속도의 증가가 방대한 데이터의 흐름을 가능하게 만들어 새로운 시대를 여는 개념은 중요하다)

자, 다시 가상 및 증강현실로 돌아와보자. 지금까지 우리는 시각적 기술의 발전을 철저히 2차원으로 경험했으며, 기술적 고도화는 2차원의 비전에만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가상 및 증강현실은 이러한 시각적 사용자 경험을 단숨에 3차원으로 격상시켰고, 강력한 몰입감이라는 선물까지 내밀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우와, 신기하다!"에만 매몰되어야 할까? 우리는 그럴 수 있지만 글로벌 ICT 공룡들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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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UHD. 출처=UHD 코리아


1단계, 연결의 방점

비운의 구글글래스는 다양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다만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연결'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연결에 따른 사생활 침해가 화두로 부상한 바 있다. 구글글래스를 착용한 상태에서 다양한 정보가 입력되고, 자연스럽게 정보가 공개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의 경우, 특히 증강현실의 경우 몰입감이나 기타 다양한 정보 습득적 차원에서 의미있는 재조명은 없었다. 물론 기술적 고도화를 통한 나름의 분석은 있지만 이는 철저히 기술의 발전적 차원에서 이해될 뿐, 이를 바탕으로 벌어지는 사회적 논란에는 모두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렇게 '정리되지 않는 이슈'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 개최한 F8을 보자. 다양한 플랜이 등장한 가운데 카메라 효과 플랫폼(Camera Effects Platform)이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공개된 페이스북 카메라 효과를 통해 사진 꾸미기부터 증강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마스크 효과 등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F8에서는 여러 작가(디자이너)나 개발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효과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개발 도구를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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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8에서 연설하는 마크 저커버그. 출처=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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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8에서 연설하는 마크 저커버그. 카메라 효과 플랫폼은 프레임 스튜디오(Frames Studio)와 AR 스튜디오(AR Studio) 두 가지로 구성된다. 여기에서 현재 베타 신청을 접수 중인 AR 스튜디오는 증강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움직임, 주변 환경, 실시간 방송 도중의 상호작용 등에 반응하는 마스크, 스크립트, 애니메이션 등의 효과를 제작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왜 증강현실에 집중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나온다. 왜? 페이스북에 따르면 오큘러스 리프트를 위한 베타 버전이 공개된 새로운 VR 애플리케이션 페이스북 스페이스를 사용하,면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친구들과 모두가 같은 방에 있는 것처럼 함께 재미있는 가상현실 환경을 즐길 수 있다.

가상현실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으며 가상 마커(virtual marker)로 허공에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또 메신저 영상 통화 기능을 통해 친구들과 간편하게 통화할 수 있고, 마치 셀카봉을 사용하듯 스스로의 가상현실 경험을 사진으로 남기고 페이스북에서 공유할 수 있다.

바로 연결의 가치다. 굳이 4차 산업혁명의 비전을 말하지 않아도, 몰입감을 매개로 삼은 SNS는 미래 소통의 가치를 증강현실에서 찾은 셈이다. 가상현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MWC에서 마크 저커버그가 가상현실을 두고 "미래 소통의 플랫폼"이라는 명언을 남긴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상 및 증강현실의 일차적 목적은, 막강한 몰입감을 통해 사람과 사람은 물론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려는 의도를 선명히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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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 출처=트릭아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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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생태계 구성

가상 및 증강현실로 연결의 가치를 크게 키웠다면 다음 수순은 무엇일까? 생태계다. 여기에는 연결 이상의 불꽃이 튀어줄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걸 콘텐츠라고 부른다.

성인용 가상현실 콘텐츠 플랫폼 기업인 그린라이트라는 곳이 있다. 최근 제작발표회까지 열어 관심을 모은 가운데, 이들은 가상현실의 몰입감에 성인 콘텐츠를 접목한 색다른 방법론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360도는 물론 방대한 시야각, 특정 배우를 통해 바라보는 시각 등을 절묘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3DTV 시절에도 있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3DTV와 포르노의 만남. 이러한 비전이 콘텐츠적 속성을 가지고 지금까지 이어온다는 것은, 결국 매력적인 콘텐츠가 생태계를 확장시키는 기본 인프라가 된다는 주장과 결을 함께한다.

결론적으로 가상 및 증강현실의 시도는 몰입감을 매개로 기술적 고도화의 바람을 타고 생태계 창출의 일등공신이 될 수 있다. 연결 이상을 넘어 생태계의 플랫폼을 타고 흐르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다. 또 이 시장에 기회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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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페이스북


3단계, 새로운 세상

연결의 가치를 통해 매력적인 콘텐츠로 생태계를 구성했다면, 그 중심을 가상 및 증강현실로 확정했다면 다음 수순은 무엇일까? 새로운 세상이다.

사실 이러한 시도는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나온 바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 '세컨드라이프'다. 2003년 린든랩이 개발한 세컨드라이프는 세컨드 라이프 뷰어라는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거쳐 이용자(거주자)는 다른 아바타와 상호 작용할 수 있고, 보편적인 메타버스의 모습과 결합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세계가 펼쳐진 순간, 인류는 전혀 다른 세상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보여줬다는 뜻이다.

영화 써로게이트도 마찬가지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현실에 존재하는 근미래의 유토피아가 배경이다. 아바타를 매개로 온라인에서나 가능하던 가상의 아바타가 실제 현실에서 작동한다는 설정이다.

우리는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세계를 꿈꿨으며, 이러한 시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가상 및 증강현실이 이 부분을 집중한다. 당장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은 SNS라는 소통의 플랫폼을 통해 각자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아예 자신들이 구축한 새로운 세계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오큘러스 인수의 큰 그림이 이제야 본격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이는 다른 각도에서 보면, 페이스북 그 자체가 운영체제가 되려는 노림수와도 연결된다. 우리가 PC를 사용하며 윈도를 열듯,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안드로이드와 iOS를 구동하듯 페이스북은 연결의 SNS를 통해 아예 가상세계를 미래 소통의 플랫폼으로 구축하려는 로드맵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법을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으로 성공시켰다면, 이제는 아예 페이스북 스페이스를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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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고와 애플. 출처=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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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연결에 이은 콘텐츠 생태계가 완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완전한 지배자가 등장하는 수순이 된다. 여기까지 오면 어떤 생각을 할까? 돈이다. 스냅챗의 스펙터클과 애플이 최근 흘리고 있는 메이드 인 애플 증강현실 기기의 가능성, 구글의 데이드림도 마찬가지다. 하드웨어 수직계열화의 바람이 소프트웨어의 방향성과 만나며 자연스럽게 일치하면, 생태계에서 창출되는 다양한 기회는 모두 하드웨어 판매 기기로 흘러갈 수 있다.

돈이 된다는 뜻이다. 그것도 두 방향(소프트웨어 생태계-하드웨어 판매)에서.

다만 경계해야할 지점이 있다.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가상 및 증강현실의 소통의 플랫폼에서 '모든 것'이 되었을 순간 벌어지는 지배자의 공공성과, 내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파열음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가상 및 증강현실 기술적 고도화와는 완전히 별개의 것이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가상 및 증강현실의 발전이 굵직한 행보를 보여주는 가운데 다소 '곁가지 이슈'의 성격이지만, 그래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대목이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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