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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있어도 커피 내리는 건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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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입사 5년 차 지적장애 김현아씨

신입 장애인 직원 교육도 담당

조선일보

SPC그룹 정직원이 된 지적장애 3급 장애인 김현아씨가 행복한 베이커리&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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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건너편의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고동색 모자와 앞치마를 차려입은 점원 김현아(24)씨가 손님을 맞았다. 메뉴 추천을 부탁하자 "봄을 맞아 새로 나온 그린티 바나나 스무디가 맛있어요"라며 웃었다.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일 처리가 능숙해 보였다.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는 서울에 7곳이 있다. 서울시 산하 기관이나 구청 등이 장소를 제공하면 사회복지재단 푸르메재단이 장애인 채용과 운영을 맡는다. SPC그룹은 원두 공급, 제빵 기술 교육을 책임진다. 빵은 모두 경기도 고양에 있는 지적장애인 사회복지법인 애덕의집에서 굽는다.

김씨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의 지점을 이동하면서 근무하고 신입 장애인 직원 교육도 담당한다. 커피를 내리는 일부터 손님 응대, 계산까지 가르친다. 청운동점엔 지적장애인 3명이 일한다. 박민희 점장은 "현아씨가 평소에는 '분위기 메이커'지만 교육할 때는 엄격한 선생님"이라며 "지적 능력이 약간 떨어져 복잡한 계산이나 재고 관리엔 어려움을 겪지만 나머지 업무는 완벽에 가깝다"고 했다.

청운동 본점 2~3층엔 푸르메재단 복지관과 장애인 재활병원이 있다. 이곳을 자주 찾는 장애인 부모들은 "우리 아이도 이런 환경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행복한 베이커리&카페에서 1년 넘게 근무하면 김씨처럼 SPC그룹 정직원 신분이 되고, 급여도 월 78만원(월 120시간 근무 기준)에서 145만원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7개 지점에서 일하는 장애인 직원 19명 중 7명이 정직원이다.

김현아씨는 쉬는 날에도 종종 가게를 찾아 일을 거든다. 지난 18일엔 유부초밥과 고기볶음을 만들어 와 동료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중국음식점 주방장인 아버지를 닮아 음식 솜씨가 좋은 편이라고 한다. 직장에서 베테랑인 김씨는 집에선 어머니의 손발 역할을 한다. 어머니는 당뇨 합병증으로 2007년 시력을 잃었고 이틀에 한 번 신장 투석을 받는다. 혼자 집 안에서 돌아다니다 여기저기에 얼굴을 부딪쳐 성한 치아가 별로 없다고 한다.

입사 5년 차인 김씨는 책임지고 가게를 운영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신메뉴도 개발하고 더 열심히 일하다 보면 점장까지 올라갈 수 있겠죠?"

[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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