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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종교, 아 그래?] '석가탄신일' 아니고 '부처님오신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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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생일 명칭

"'석가탄신일'이 아니라 '부처님오신날'로 부르게 해주세요."

대한불교조계종 등 불교 29종단으로 구성된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지난 2월 인사혁신처에 현재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에 '석가탄신일'로 정해진 명칭을 '부처님오신날'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조계종은 지난달 신문·방송사에 공문을 보내 같은 내용을 요청했다.

불교계가 이렇게 요청하는 이유는 ▲한글화 추세에 적합하고 ▲'석가'는 부처님 당시 인도의 특정 부족명이지 부처님을 지칭하는 이름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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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의 공휴일 지정은 1970년대 중반까지 불교계의 숙원이었다. 크리스마스는 1949년 공휴일로 지정됐지만 부처님오신날은 공휴일 지정이 계속 미뤄졌던 것. 불교계는 1963년 조계종이 '부처님 탄일 공휴일 지정 대정부 건의서'를 낸 것을 시작으로 법정 투쟁까지 벌인 끝에 1975년 공휴일 지정을 받아냈다. 그런데 이번엔 명칭이 문제였다. 불교계는 1972년부터 공휴일 명칭을 '석가탄신일'이 아닌 '부처님오신날'로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렇다면 왜 굳이 불교계가 원하지 않는 '석가탄신일'이 됐을까. 1975년 당시 정부 발표에 힌트가 있다. 정부는 '어린이날'과 함께 '석가탄신일'을 새로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기존 '기독탄생일' 명칭도 '기독탄신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성탄절도 1949년 공휴일로 지정될 때 명칭은 '기독탄생일'이었던 것이다. '그리스도'를 음역한 '기독(基督)'에 탄생의 높임 표현으로 '탄신(誕辰)'을 붙인 명칭이 기준이 된 셈이다. 지금도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명칭은 '기독탄신일'이다.

문제는 '크리스마스'는 아무도 '기독탄신일'이라고 부르지 않는 데 비해, '부처님오신날'은 정부, 언론 그리고 달력 업계까지 법정 명칭 '석가탄신일'이나 '석탄일'로 부른다는 것. 불교계 스스로 '부처님오신날' 명칭을 쓰자고 부르짖지만 사찰 달력에도 '석가탄신일' '석탄일'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사월초파일' '초파일'로도 부른다. 한 조계종 관계자는 "사찰 달력을 만들 때에도 특별히 당부하지 않으면 '석탄일'로 인쇄해오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불교계가 공식적으로 부처님오신날로 명칭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명칭 개정은 국무회의를 거쳐야 가능하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 등 정부 관계 부처 그리고 타 종교 관계 등을 고려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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