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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J report] IT 골리앗들의 우주전쟁, 다윗 KAI의 도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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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추격형 우주개발 본격화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대규모 투자

앞다퉈 ‘우주 산업’ 상용화 경쟁

한국 위성기술 세계 6~7위권 평가

KAI 주도로 중대형 위성 공동 제작

항공기와 묶어 수출 패키지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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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주선, 드디어 화성 간다’.

과연 언젠가는 신문에서 이런 카피를 볼 수 있을까. 당장은 꿈 같은 얘기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우주 산업에 도전은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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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부 우주개발 예산은 6703억원으로 최대 우주 산업국인 미국의 60분의 1 수준이다. 중국(61억 달러)은 물론 일본(36억 달러)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다. 전 세계 우주 산업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2조4876억원)이다. 이런 악조건으로 우주 산업 분야에서 한국이 제 몫을 챙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틈새시장을 노리면 희망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대표적인 게 정부 주도로 진행했던 ‘선진국 추격형 우주개발’이다. 또 2013년 수립한 ‘우주기술 산업화 전략’에 따라 우주개발사업에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중앙일보

자료: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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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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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미국의 성공 사례를 참조한 결과다.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우주 산업은 록히드마틴 등 극소수의 기업만이 넘볼 수 있는 분야였다. 정부가 돈을 대고, 몇 개의 기업만 참여하다 보니 산업적 성장은 더뎠다. 정책을 바꿔 우주 산업의 문호를 개방하자 판도가 변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2002년 설립)나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블루오리진스’ (2000년) 등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우주 분야에 도전할 수 있었던 배경엔 이런 정책 방향의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한국도 이런 변화를 고려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KAIST가 개발한 각종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대형 위성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하고 있다. 로켓엔진을 포함한 발사체는 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협업을 통해 만들어 가고 있다. 발사체의 동체조립은 KAI가, 엔진조립은 한화테크윈이 맡는다. 이밖에 엔진에 들어가는 노즐 등 주요부품 제작에 국내 여러 중소기업의 참여하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기술이 완성되는 2020년 즈음에는 한국의 중소기업과 대기업들이 함께하는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는 의미다. 현재 한국이 선진국에 가장 근접한 분야는 위성기술이다. 세계 6~7위권으로 평가받는다. 총 13기의 위성을 개발했고, 현재 4기를 운용하고 있다. 항우연과 KAI가 집중하고 있는 500㎏급 중대형 위성은 사실상 한국이 처음으로 국내 우주기술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위성을 수출한 사례는 있지만 모두 실험실용 소형 과학 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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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항공우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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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는 실용 중형위성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 요구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붙일 수 있는 기본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중대형 위성을 KAI의 항공기와 묶은 수출 패키지 판매도 생각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후발 주자로 선두 주자가 되기 힘들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우주 산업에 지금 도전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그러나 지금 포기하기엔 우주 산업은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블루 오션이다.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우주전쟁’을 벌이는 것도 결국 돈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남다른 꿈과 도전정신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언젠간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투자다. 우주 산업은 파급효과도 크다. 우주산업을 통해 미래 산업에 필요한 인프라를 자연스럽게 갖추게 된다. 이중 위성통신체계는 초고속·초대용량·초광역대역의 소통과 융합이 가능케 하는 ‘4차 산업혁명의 고속도로’로 불린다. 고속도로를 먼저 뚫어놓은 사람이 이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이용료를 받는 것이다. 앞으로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 와이파이가 없는 국가는 이를 모두 외국에 의존해야 한다. 페이스북과 구글이 전세계를 자사의 위성으로 연결하려는 이유도 미래에 제공할 서비스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KAI 하성용 사장은 “현재 세계 우주산업은 대형 종합업체를 중심으로 각 부문별 중견·중소업체들이 협력을 구축해 발전하는 것이 트렌드”라며 “KAI는 보잉처럼 항공우주 종합 체계기업으로서 항공기, 무인기와 발사체·위성을 패키지로 연계하여 수출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아시아 유일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주항공산업은 시작은 늦었지만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잘만 키우면 대한민국 미래 100년을 책임질 분야”라고 설명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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