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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WBC가 부상 유발? 통계는 다른 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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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美 덴버) 김재호 특파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정말로 부상을 유발하는 위험한 대회일까?

스프링캠프 기간 벌어지는 WBC는 여전히 많은 구단과 선수들의 기피대상이다. 시범경기와 긴장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국제대회에서 자칫 무리했다가는 부상을 당해 시즌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많은 감독, 단장 등 구단 관계자들의 걱정이다.

레이 시라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투수코치는 MLB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WBC를 준비하다 보면 겨울에 휴식 기간이 짧아지고, 훈련 루틴의 속도도 끌어올리게 된다. 과정을 서두르다 보면 시즌 도중 부상 위험에 노출된다"며 자신은 투수들에게 WBC 참가를 만류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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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 스마일리는 미국 대표로 WBC에 참가한 뒤 팔꿈치 부상을 당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이번 WBC에서도 부상자들이 나왔다. 뉴욕 양키스 유격수 디디 그레고리우스는 네덜란드 대표로 대회에 나갔다 오른 어깨 부상을 당하며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자신의 주포지션이 아닌 2루를 소화하다 병살 수비를 하던 도중 어깨를 다쳤다.

투수중에도 부상자가 나왔다. 시애틀 매리너스 좌완 선발 드루 스마일리는 미국 대표팀으로 참가한 뒤 팔꿈치 굴근 부상을 입었다. 제리 디포토 매리너스 단장은 "대표팀에서 돌아온 뒤 같은 투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뉴욕 메츠 우완 세스 루고도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에 참가한 뒤 팔꿈치 인대가 손상되는 부상을 입었다.

이런 부상자들의 소식은 WBC에 대한 시선을 더욱 차갑게 만들고 있다. 오죽하면 WBC가 ’Worst Bud Creation(버드(전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버드 셀리그)의 최악의 창조물)’의 약자라는 농담까지 나왔을까.

그러나 통계는 약간 다른 말을 하고 있다. ’FOX스포츠’는 지난 2013년 대회의 경우 40인 명단에 있는 대회 참가 투수 중 2.5%에 해당하는 1명만이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맞아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40인 명단 내 투수 605명 중 61명이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한 것보다 비율이 적었다고 분석했다.

2017년에도 40인 명단 내 투수 중 대회에 나간 55명중 5.5%인 3명만이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맞이한 반면, 대회에 나가지 않은 601명중 75명이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야수의 경우에도 2013년의 경우 대회 참가 선수(4.8%)가 참가하지 않은 선수(7.5%)보다 부상 위험이 크다는 근거는 없었다. 2017년 대회의 경우는 7.2%로 두 집단의 비율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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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 벨트레의 종아리 부상과 WBC 출전은 상관 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 사진=ⓒAFPBBNews = News1


대회에 참가한 이후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하더라도 그 연관 관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아드리안 벨트레는 왼쪽 종아리 부상에도 WBC 출전을 강행했고, 소속팀에 복귀한 뒤 다시 오른쪽 종아리 부상을 입고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WBC에서 복귀한 직후에는 건강한 몸상태였다며 오른 종아리 부상은 대회 출전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목 경련 증세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토론토 블루제이스 마무리 로베르토 오스나도 현지 언론을 통해 대회 참가와 부상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을 100% 믿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WBC 참가를 부상의 원인으로 단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자신이 이 자리에 있는 이상 WBC는 계속될 것이라며 대회 폐지론을 정면 반박했다. 4년 뒤에도 WBC는 열릴 것이고, 그때도 당장 성적을 내야하는 감독, 단장들과 선수들에게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는 구단주들은 선수들의 부상 소식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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