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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손아섭ㆍ최형우 등 WBC 멤버들의 이유 있는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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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롯데 손아섭.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원우 롯데 감독은 손아섭(29)의 개막 초반 부진을 ‘WBC 후유증’으로 봤다. 손아섭은 개막 후 4경기에서 타율 1할3푼3리(15타수 2안타)에 그쳤다. 돌아온 4번 타자 이대호(35)가 맹활약 중이어서 부각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조 감독은 “(손)아섭이가 WBC에서 무리를 한 것 같다“고 진단하면서 ”시범경기에서 관리를 해주긴 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손아섭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것 같다는 말투였다. 김현수(29ㆍ볼티모어)의 대체 선수로 뒤늦게 WBC대표팀에 합류했던 손아섭은 쿠바와 2차 평가전에서 4안타를 몰아치더니 본 대회에서도 대표팀 내 가장 많은 안타(5개)를 기록했다. 1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중에서도 가장 높은 타율(0.417)을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몸을 던지는 과감한 플레이를 하는 등 대표팀 주전 자리를 꿰차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결국 소속팀으로 돌아와서는 탈이 나고 만 것이다.

WBC에서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분골쇄신했던 넥센 서건창(28)도 정작 시즌에서는 4경기에서 13타수 1안타로 정상이 아니다.
한국일보

KIA 최형우. KIA 제공


스프링캠프부터 포스트시즌까지 치르면 무려 9개월 간의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야구는 페이스 조절에 따라 성적이 출렁거린다. 정규리그 개막을 한달 앞둔 3월에 열리는 WBC에 대한 가장 큰 우려다. 대회에 나가지 않았다면 시범경기에서 서서히 몸을 만들어갈 시점이었지만 손아섭은 태극마크를 달고 전력을 다해 오버 페이스했다. 그 결과 소속팀으로 돌아와서는 후유증이 드러난 셈이다.

반면 이대호는 WBC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비시즌 기간 새 팀을 알아보느라 동계훈련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고, 의욕만으로 나선 WBC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난 뒤 훈련과 재충전을 병행한 이대호는 롯데 복귀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4경기에서 홈런 두 방을 포함해 14타수 7안타(0.500)로 펄펄 날고 있다. 100억원에 KIA 유니폼을 입은 최형우(34)의 초반 활약 역시 같은 맥락이다. 오키나와 대표팀 전지훈련부터 시종일관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았던 최형우는 결국 주전에서도 밀렸고, 본의 아니게 WBC에서 ‘충분히’ 쉴 수 있었다. 대표팀에는 고개를 들 수 없었던 최형우는 덕분에 KIA에는 천군만마가 됐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몸은 속일 수 없다. 해마다 같은 사이클의 신체 리듬이 맞춰져 있는 이가 특정 시즌에 의도적으로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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