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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르포] '교통지옥' 우도… 렌터카·이륜차·자전거 뒤엉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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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는 앞두고 주민들 불만 고조·대책 요구

道, 외부차량 진입 제한 검토…"합의 전제돼야"

뉴스1

29일 오후 제주시 우도면 하우목동항 앞 차량대여업체에 이동수단을 대여하려는 관광객들이 한 데 몰리고 있다.2017.3.29./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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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끼~익, 쿵'

29일 오후 제주시 우도면 서광리의 한 돌담길.

친구와 함께 전기삼륜차를 타고 서빈백사로 이동 중이던 관광객 김민지씨(23·여) 일행은 골목 어귀에서 갑자기 멈춰섰다.

굽이진 골목을 나서자 마자 작은 수레를 끌고 오던 인근 주민을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바로 브레이크를 밟아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급정거시 충격으로 차량 문이 열리면서 김씨의 친구가 밖으로 넘어질 뻔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차량에 놀란 해당 주민은 "당신네 같은 관광객들 때문에 이 동네 주민 다 죽게 생겼다"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김씨 일행은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했다.

상황이 정리되기까지 차량 통행은 20여 분 간 정체됐다. 도로폭이 좁아 통과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뒷차량에서는 바로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를 지켜보던 고모씨(60)는 "이 정도는 일도 아니다. 한 달에 이런 식으로 다치는 주민들이 수십 명에 달한다"면서 "왜 항상 불편은 모두 주민들 몫이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꼬집었다.

◇ 우도 안팎에 쏟아진 차량…도로사정도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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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제주시 우도면에서 한 일행이 헬멧을 쓰지 않고 삼륜차를 몰고 있다. 이날 우도 곳곳에서는 헬멧을 쓰지 않거나 정원을 초과한 인원이 차량에 탑승하는 등 안전수칙을 무시한 사례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2017.3.29./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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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면에 따르면 현재 우도에는 승용차 710대, 화물차 317대, 전세버스 20대, 마을버스 3대 등 모두 1098대의 차량이 등록·운행되고 있다. 조만간 전기버스 20대도 추가 반입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대여업체 17곳이 전기자전거를 포함한 자전거 794대, 이륜·삼륜차 298대를 대여해 주고 있는가 하면, 이달 초순에는 기아차와 공급계약을 체결한 A업체가 우도에 전기렌터카 100대를 들여오며 영업전에 가세했다.

여기에 렌터카 등 하루 평균 770대의 차량들까지 우도를 오가면서, 제주시 전체 면적의 0.6%에 불과한 작은 섬 우도(6.18㎢)는 '교통지옥'을 방불케하고 있다.

우도의 관문인 하우목동항과 천진항 앞이 그렇다. 배가 들어오는 30분 마다 항구 앞은 전세버스와 마을버스, 렌터카와 주민 승용차, 이륜차와 자동차가 한 데 뒤엉키고 있다. 명소로 꼽히는 홍조단괴 해빈, 검멀레 해변 주변 상황도 마찬가지다.

도로사정도 좋지 않다. 대부분이 굽이진 1차선 도로에 도로폭이 4~5m 정도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차선은 물론, 인도선 조차 그려지지 않은 실정이다. 바다를 본다고 해변 쪽으로만 운행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일쑤다.

여기에 조작 미속으로 급정거를 하거나 도로 한복판에 버젓이 서 있는 대여차량이라든지, 헬멧을 쓰지 않거나 정원을 초과한 인원이 차량에 탑승하는 등 안전수칙을 무시한 사례들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 우도에서 '걷는 관광'은 이제 옛말이 된 모양새였다. 우도 올레에서 만난 김모씨(30·여)는 "올레꾼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우도 올레가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실제로 와 보니 정말 걷는 관광객이 많이 없다"면서 "다들 우도를 보러 온 게 아니라 '탈 것'을 체험하러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일제히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주민 강모씨(70)는 "얼마 전 우도에 전기렌터카 100대를 들이는 사업에 제주도가 허가를 내줬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소를 다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칠 생각이 들는지 한심하다"고 호통쳤다.

고혜동 전 우도면 주민자치위원장도 "민원이나 언론을 통해 교통난에 따른 주민들의 불편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 어떻게 개선되는 게 없느냐"며 "성수기를 앞두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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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청사.©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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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차량 진입 제한 검토…내부 수량 제한도


앞서 제주도는 2008년부터 7~8월에 한해 우도 진입 차량을 1일 605대로 제한하는 '우도 차량총량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법적 효력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에 제주도는 최근 우도로 진입하는 외부차량의 운행을 전면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과의 협의를 통해 부속도서의 자동차 운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제주특별법 특례규정이 그 근거다. 시행될 경우 과태료는 10만원이다.

제주도는 이와 함께 우도 내 이동수단의 적정량을 정하는 한편, 우도 내 도로상태와 주차공간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방안도 살피고 있다.

제주도는 빠르면 관광성수기인 6월 전에 대안을 확정·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손상훈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 문제는 교통을 떠나 정치 영역의 문제로, 대안 보다는 합의로써 해결해야 한다"며 "우도 내 주민, 관광업계 종사자, 외부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주민 합의를 전제한 정책시행을 당부했다.
mro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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