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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우아하게 ‘봉’ 잡을까 격렬하게 ‘팡팡’ 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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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SC] 커버스토리 요즘 뜨는 네 가지 운동 비교체험·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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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롤러 운동을 체험하고 있는 이정국 기자(왼쪽 위에서 세 번째). 아디다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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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운동은 많다. 몸 관리에 더욱 신경 쓰이기 시작하는 봄, 어떤 운동을 해볼까 고민 중인 당신을 위해 최근 인기를 끄는 운동들을 체험해 봤다.

‘폴 피트니스’ 근력 향상에 도움
‘폼롤러’ 스트레칭 온몸 풀어줘
관절 부담된다면 ‘트램펄린’
‘밀론’ 은 맞춤형 운동 가능

섹시? 완전 터프!…‘폴 피트니스’

속살이 드러나는 비키니, 끈적끈적한 음악, 그에 따라 흐르는 관능적인 춤과 눈빛…. 봉춤(폴 댄스)이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다. 하지만 운동이 목적인 ‘폴 피트니스’는 이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온몸의 근육을 써 몸을 지탱하면서 각종 동작을 취하는 폴 피트니스는 여러 운동 가운데서도 강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체중 70㎏인 사람이 폴 피트니스를 1시간 하면 441㎉의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이는 1시간 농구를 한 것과 같은 효과다.

17일 서울 역삼동의 한 폴 피트니스 클럽에서 만난 이지원(28)씨는 폴 피트니스에 빠져 회사까지 관뒀다. 그는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한 외국계 제약회사에 다녔다. 그러다 친구의 인스타그램에서 폴 피트니스를 보고는 그 매력에 사로잡혔다. 2년 전의 일이다. “너무 멋있더라고요. 당장 학원에 등록했어요.” 1년 동안 폴 피트니스 학원을 다니다, 문득 직장생활과 자신이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미련 없이 사직서를 썼다. “아마 폴 피트니스를 하지 않았으면 직장을 관두지 않았을 것”이라는 그는 최근 중급자 정도의 실력이 되면서부터 학원에서 강사 생활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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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씨가 폴피트니스의 한 동작인 ‘슈퍼맨’ 자세를 하고 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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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피트니스는 어디에 좋을까. “운동이 엄청 되죠. 특히 근력이 약한 여성에게 좋아요. 처음엔 매달리기도 힘든데 점점 난도가 높은 동작에 성공했을 때 엄청난 쾌감을 느끼게 돼요.” 운동도 운동이지만 정신적인 만족도 크다. “처음엔 노출이 많다 보니 쑥스럽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성격도 많이 외향적으로 바뀌었어요.” 원래 내성적이었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씨는 밝았다.

폴 피트니스 복장이 비키니에 가까운 것은 안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봉에 매달리려면 피부의 마찰력이 필요하다. 옷을 입고 하다간 미끄러져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4~5m 높이 봉 밑은 맨바닥이다. 초보자들은 매트를 깔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매트 없이 동작을 한다. 봉에 매달리기 전엔 온몸에 마찰력을 높여주는 ‘그립제’를 바른다. 당연히 손바닥은 굳은살투성이다.

기자도 체험 삼아 봉에 매달려 봤다. 잡는 순간, ‘아, 이건 아니다’ 싶었다. 턱걸이도 제대로 못 하는데 무슨 봉에 매달리겠나. 옆에서 웃던 이씨가 시범을 보였다. “훅, 훅” 동작을 할 때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마치 올림픽 체조 경기를 보는 거 같았다. 섹시한 봉춤은 텔레비전 안에만 있었다.

강추: 근력과 자신감을 키우고 싶은 사람.
비추: 일단 몸이 무거우면 시도조차 힘들다.


고통 속의 희열 ‘폼롤러’

폼롤러는 압축 스티로폼으로 만든 봉을 갖고 하는 스트레칭 운동이다. 원래는 필라테스에서 본운동 전후에 몸을 풀려고 잠깐씩 했던 운동인데, 입소문이 나면서 전문 교실까지 생겼다.

17일 저녁, 서울 이태원동 ‘아디다스 런베이스 서울’을 찾았다. 이곳은 원래 러닝 전문 교육기관인데, 일주일에 한 차례 폼롤러 교실을 열고 있다. 한번 수업하는 데 3000원만 주면 되니 부담이 적다.

수업이 시작되자 남성 7~8명이 체육관 안을 돌기 시작했다. 몇 바퀴 도니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힘들어질 찰나 제해현(29) 코치가 지름 10㎝ 정도 되는 폼롤러 위에 “등을 대고 누우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누우니 심장이 쿵쿵대는 소리가 들리면서 등 근육이 이완되는 느낌이 들었다. 눈이 슬슬 감기려고 하는데 코치가 “일어나세요” 외쳤다.

처음 동작은 정강이 쪽 근육 풀기. 팔꿈치 아래만 바닥에 댄 채 엎드린 플랭크 자세에서 정강이 옆쪽에 폼롤러를 대고 앞뒤로 움직이며 근육을 풀어주는 동작이다. 여기저기서 “으악” 소리가 들렸다. 근육 위를 폼롤러가 지나갈 때마다 침이 질질 나올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어딘가 모를 희열이 느껴졌다. 플랭크 자세니 나도 모르게 배와 팔엔 힘이 들어갔다. 하체는 풀어주는데 상체는 근육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양다리 번갈아 가면서 하니 땀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정강이와 종아리, 허벅지 앞·뒤·옆, 엉덩이 근육까지 풀어주니 온몸이 따듯해지면서 시원함이 몰려왔다. 신기한 것은 천천히 하는 운동인데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는 것. 제 코치는 “정적인 운동이지만 온몸의 근육을 다 쓰기 때문에 운동효과가 좋다”고 했다.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 내면서 40여분 운동을 한 뒤, 폼롤러를 목에 베고 좌우로 움직이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눈을 뜨니 온몸이 개운하고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강추: 항상 근육이 굳어 있는 사무직.
비추: 격렬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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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펄린 운동 수강생들이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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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야, 체육관이야? ‘트램펄린’

30분에 몇백원을 주면 신축성 있는 천 위를 방방 뜨면서 놀던 놀이기구가 있다. 지역마다 이름은 달랐는데 어디는 ‘방방’, 어디는 ‘봉봉’, 어디는 ‘퐁퐁’이었다. 이 놀이기구의 정식 명칭은 트램펄린. 놀이기구로 시작했지만, 운동효과가 좋아 유럽과 미국에서 이를 이용하는 운동법이 개발됐다. 한국에는 4~5년 전에 들어와 일부 피트니스센터 그룹운동(GX)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3일 트램펄린 운동을 전문으로 하는 서울 행운동의 ‘버닝캠프’를 찾았다. 160㎡쯤(50여평) 되는 지하 공간에 30여개의 트램펄린이 놓여 있었고, 마치 나이트클럽을 방불케 하는 알록달록한 조명이 눈에 띄었다.

트램펄린은 유산소운동 가운데서도 가장 에너지 소모량이 많고 강도가 세다고 한다. 운동 전에 강사가 “혹시 심장병은 없느냐”고 물어볼 정도다. 하지만 관절이나 근육에 무리가 없는 게 특징이다. 트램펄린 전문 강사 임효원(34)씨는 원래 에어로빅 선수였다. “출산을 하고 난 뒤 몸이 안 좋아 한동안 운동을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트램펄린을 알게 됐는데 몸에 무리가 가지 않더라고요.” 트램펄린에 푹 빠진 그는 아예 전문 종목을 바꿨다.

30여개의 작은 트램펄린이 수강생으로 꽉 차자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브루노 마스의 ‘트레저’가 흘러나왔다. 강사가 트램펄린 위에서 뛰기 시작했다. 수강생들도 같이 뛰었다. 휘황찬란한 조명 밑에서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니 나도 모르게 신이 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 비트는 강렬해지고, 동작은 격해졌다. 조명도 더욱 현란해졌다. 나중에는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마저 들어, 마치 내가 굿판의 무당이 된 것 같았다. ‘와, 너무 힘들다’고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 음악이 느려지면서 다시 요가 자세로 접어들었다. 마무리 동작이다. 가쁜 숨이 잠잠해졌다. 운동 40여분 만에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집에 돌아오는데 마치 며칠을 굶은 사람 같은 허기가 느껴졌다. 보기와 달리 엄청난 운동량인 것 같았다. 그런데도 다음날 몸이 쑤신다든가 하는 등의 부작용은 생기지 않았다.

강추: 지루하지 않은 운동을 원하다면.
비추: 기본 체력이 약하거나 지병이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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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론 피트니스 이용자가 코치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이정국 기자


최첨단 헬스기구 ‘밀론’

“밀론 요즘 핫해요.” 최근 유행하는 운동을 취재한다고 하자 지인이 했던 말이다. 처음에 무슨 가발 브랜드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독일에서 만든 최첨단 헬스 기구였다. 대당 4000만~5000만원 하는 비싼 운동기구로, 특급호텔 멤버십 헬스클럽에서만 들여놓았다가 최근엔 일반인들이 접근 가능한 헬스클럽까지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밀론이 다른 헬스기구와 다른 점은 자신의 체형에 맞게 기구가 변한다는 것.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할 때 자기 체형에 맞지 않는 운동기구를 조절하느라 낑낑대던 경험은 누구나 있다. 밀론은 개인의 체형 정보가 담긴 카드를 기계에 입력하면, 운동기구가 그에 맞게 변한다. 체형에 맞게 변할 뿐만 아니라 근육을 최대한 많이, 효율적으로 쓰도록 속도와 강도도 조절한다. 제대로 된 자세와 속도로 하니 건성으로 하는 운동보다 훨씬 힘들다. 유산소·무산소운동이 가능한 7종류의 운동기구를 한 번 돌면 17분 정도가 걸린다. 이 운동량이 일반 운동기구로 하는 40분과 맞먹는다고 한다.

22일 서울 역삼동의 밀론 피트니스 센터에서 직접 체험을 해보니 일반 운동기구보다 밀도 있는 운동이 가능했다. 한 세트만 했는데도 팔이 후들거릴 정도로 힘들었다. 비용은 일반 헬스보다 비싼, 한 달에 20만원 수준. 장기 등록하면 좀 싸지긴 한다.

강추: 짧은 시간에 효율적인 운동을 하고 싶다면.
비추: 기계 운동이 안 맞는 사람이라면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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