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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프로배구] '배구는 세터놀음'을 보여준 한선수의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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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경기 경험 많아, 챔프전 내내 냉정함 보여줘

뉴스1

대한항공의 주전 세터 한선수. (한국배구연맹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고비의 순간에도 한선수(32·대한항공)는 더 냉정했다. 오히려 긴장한 동료들을 독려하며 주장의 역할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배구는 흔히 세터 놀음이라고 한다. 큰 경기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주공격수지만 모든 공격의 시발점은 세터의 손끝이다.

대한항공의 주전세터 한선수는 가장 중요한 무대인 챔피언결정전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안정된 토스로 공격수들의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29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이겼다. 이로써 2승(1패)째를 올린 대한항공은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첫 우승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3차전을 앞두고 대한항공 주공격수들의 컨디션은 엇갈렸다. 우승청부사로 데려온 가스파리니는 연습 때부터 예리한 공격을 보여줬지만 정규시즌 공격종합 1위였던 김학민은 다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발목 통증 등으로 인해 공격 시 경쾌한 리듬이 나오지 않았다.

1세트를 상대에 내준 한선수는 2세트 들어 컨디션이 좋은 주포 가스파리니를 적극 활용했다. 여기에 센터진의 진상헌 등을 고비마다 이용해 상대 블로커들을 흔들었다. 가끔 김학민에게도 볼이 갔지만 어쨌든 가장 중요한 순간 공은 고민 없이 가스파리니에게 향했다. 상대가 24-23까지 따라 붙자 한선수는 가스파리니에게 마지막 공을 올렸고, 2세트를 25-23으로 따냈다.

3세트도 마찬가지였다. 한선수는 가스파리니를 주로 활용하면서 정지석과 김학민 등에게 조금씩 볼을 나눴다.

오히려 4세트 들어 조금 양상이 바뀌었다. 한선수는 점수 차가 서서히 벌어지자 주포 김학민의 공격을 살리는 토스를 보여줬다. 1세트에 1득점, 공격성공률 20%에 머물렀던 김학민이지만 4세트에 팀 내 가장 많은 4득점, 공격성공률은 66.7%까지 올라갔다. 대한항공은 중요한 승리와 함께 에이스인 김학민(11득점, 공격성공률 50%)이 기분 좋게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컨디션 나쁜 공격수를 살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한선수의 능력"이라고 극찬을 했다. 이어 그는 "선수들만 교체해주면 알아서 (한선수가) 잘 해준다. 감독으로선 정말 편하다"고 덧붙였다.

한선수는 "세터는 어떤 선수가 잘 되지 않을 때 그 선수가 올라올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코트에서 안 되는 선수를 살리기 위해 더 유심히 본다"고 설명했다.

2010-11시즌 정규시즌 1위에도 챔프전에서 삼성화재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던 한선수는 그 동안 큰 경기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2011년부터 3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쉬움들이 세터 한선수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정지석은 "다들 이야기를 하진 않지만 그 동안 아쉽게 우승을 놓쳤던 적이 많아 간절함이 보인다. 형들을 믿고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선수는 "시즌 시작할 때부터 항상 이야기 했던 것이 '매 포인트, 매 세트,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자'는 말이다. 우승에 대한 기회가 왔지만 거기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큰 부담보다는 더 집중해서 하다보면 정말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년 우승후보였지만 대한항공은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남자부 4차전은 4월 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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