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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성근-힐만, 사인 훔치기 둘러싼 유쾌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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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이상학 기자] "시즌 들어가선 숨겠다고 하네".

한화 김성근(75) 감독이 껄껄 웃었다. SK 트레이 힐만(54) 감독 이야기에 웃음이 터졌다. 사인 훔치기와 노출을 둘러싼 유쾌한 벤치 신경전이 벌써 시작된 모습이다.

김 감독의 한화와 힐만 감독의 SK는 지난 26~27일 시범경기 최종 2연전에서 첫 대결을 가졌다. 26일 첫 경기에서 힐만 감독이 덕아웃 앞에 서서 상대 벤치에 훤히 보이도록 사인을 주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사인은 노출이 되지 않는 게 기본 원칙이지만 이날 힐만 감독의 동작은 크고 느렸다.

이에 대해 이튿날 힐만 감독은 "다른 팀에서 우리 사인을 훔치려 했다. 어느 한 분이 계속 보고 있길래 일부러 그렇게 사인을 줬다. 내가 굳이 숨을 이유가 없다"면서 "사인 노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 팀의 의도를 체크하며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정보였다. 우리 사인 체계는 아무 문제없다"며 의도된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힐만 감독과 지난 27일 미디어데이 감독자회의에서 김성근 감독을 만나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김성근 감독은 "힐만 감독이 그 이야기를 하더라. 한화에서 누가 유심히 자기를 보고 있었다고 했다"며 "시즌이 되면 자기도 숨어서 사인을 내겠다고 하더라. 올해 재미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김 감독과 힐만 감독이 벤치 앞에서 사인을 내는 장면을 봤다고 했다. 김 감독은 "높은 의자에 오래 앉아있으니 다리에 피가 몰린다. 그래서 허리를 좀 숙였는데 힐만 감독이 벤치 앞에서 사인 내는 것이 보이더라. 일부러 하는 것이 보였다"며 "나도 저렇게 해볼까 싶었다"고 농담과 함께 껄껄 웃었다.

야구에서 사인은 은밀한 싸움이다. 사인을 뺏고, 안 뺏기려 하는 싸움이 물밑에서 치열하다. 힐만 감독도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사인을 잘 훔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수많은 사인을 주며 실수했고, 거기서 배운 것들이 많다. 우리 사인 시스템은 복잡한 편이라서 훔치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김성근 감독도 사인을 빼앗는 것뿐만 아니라 사인이 노출되는 것에 민감하다. 한화 포수들이 다른 팀들보다 움직임이 많은 것도 2루 주자에 사인을 빼앗기지 않기 위함이다. 과거 2010년 SK 감독 시절에는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사인 훔치기를 둘러싼 설전을 벌인 바 있어 힐만 감독과 신경전도 흥미롭다.

팀 대 팀으로서 기싸움은 있지만 김 감독은 힐만 감독이 KBO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주길 기대하고 있다. 김 감독은 "힐만 감독이 와서 야구가 새로워질 것으로 본다. 한국에 왔으니 우리나라 야구 발전에 큰 보탬이 되어주길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힐만 감독도 "외국인 감독인데도 다른 9개팀 감독님들이 환영해줘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waw@osen.co.kr

[사진] 김성근-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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