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만화로 詩 읽어주는 '詩누이'입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로 웹툰 그리는 시인 신미나]

창비 블로그 연재, 5월에 단행본… 문체부 사이트에도 시웹툰 그려

데뷔 10년… 두번째 시집 준비중

조선일보

지난 27일 만난 신미나 시인은 “국문과 출신인데, 미대 수업을 많이 들어 단청(丹靑)까지 그리러 다녔다”면서 “글을 쓰지 않았다면 화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원 기자


이 시누이는 좋은 시누이다. 시(詩)누이니까. "'시 읽어주는 누이'의 줄임말이랍니다."

신미나(40) 시인은 웹툰 그리는 시인이다. 지난해부터 출판사 창비의 블로그에 연재한 시웹툰 '시 읽어주는 누나, 시누이'의 단행본이 5월쯤 나오고, 지난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포털사이트 '인문360'에도 매달 시웹툰 '시누이의 사색일기'를 연재하고 있다. "왜 시를 종이책으로만 읽어야 할까 의아했어요. 이렇게 좋은 시가 많은데.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으니 만화로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죠." 2015년 11월, 마침 다니던 광고회사를 그만둔 실업 상태였다. 포토샵 강좌 등을 수강하고, 관련 서적을 독파했다. 이듬해 3월 네이버 도전만화에 웹툰을 몇 개 올렸다. 시인의 시를 읽고 떠오른 에피소드를 그려낸 일상툰. "창비·애니북스·문학세계사 등 출판사 네 곳에서 연락이 와 놀랐어요."

먼저 소개하고 싶은 시를 하나 고른다. 그리고 기다린다. "시가 먼저 저한테 와야 나머지가 고구마 순처럼 따라와요. 시와 그림이 시소처럼 균형이 잘 맞아야 하거든요." 장석주 시인의 '한밤중 부엌'을 읽고는 충남 청양에 사시는 늙은 어머니를 불러냈다. "저글링을 잘하던 엄마, 2남 5녀를 낳으시고, 이제는 벽을 짚어야만 걸을 수 있는 엄마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블로그임에도 댓글 100개가 넘게 달렸다. 웹툰은 '나만의 시읽기'인 것 같아요. 누구나 자기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어요."

일부러 연필로 먼저 그리고 붓펜으로 윤곽을 그린 뒤에야 컴퓨터 작업을 한다.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 프랑스 만화가 바스티앙 비베스를 좋아해요. 따라 그리기도 했죠. 귀엽고 따뜻한 그림체가 시에 더 어울릴 듯해서요." 신씨의 웹툰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 '싱고'와 고양이 '이응'이 그러하다.

2007년 등단해 데뷔 10주년. 두 번째 시집 출간을 위해 올해 원고를 출판사에 넘길 예정이다. "차분한 전통적 서정과 현대적 감성"이라는 평을 받았던 전작보다 좀 더 활달해졌다고 했다. "첫 시집은 답답한 구석이 있었어요. 근데 웹툰을 하다 보니까 사고 방식이 좀 달라졌어요. 일상의 소소함을 발견해야 되니까 밝아졌다고 할까요."

1년째 TBS 라디오에 출연해 매주 월요일 '시 백일장'도 열고, 이번 달부터 창비학당에서 매주 그림일기 강의도 하고 있다. "이젠 문학의 장르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함께 누릴 수 있는 지점이 넓어지면 좋겠어요."

[정상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