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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바른정당, DJP처럼 CSM(철수+승민) 연합 꿈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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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확장성 없는 한국당과 연대보다

영호남 화합 명분 큰

국민의 당과 연대 ‘연기 솔솔’

김무성 선대위원장 추대도 눈길

성사돼도 파괴력은 갸우뚱


“요즘 무슨 제3지대다 연대다 하니까 정말 좀 혼란스럽게 국민들이 생각할 때가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는 29일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예방했다. 이 전 총재는 “연대 이런 문제는 난 잘 모르겠다”고 웃으면서도 “계산들을 너무 복잡하게 한다. 그게 다 한마디로 어떻게 하면 대통령이 되겠나, 그거 아니겠느냐. 자칫 그 속에 빠져버리면 가야할 길을 잊어버린다. 그래서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 그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뼈있는 충고를 했다. 유 후보는 “명심하겠다. 원칙이나 명분이 중요하지 너무 계산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한다”고 했다. 이 전 총재는 초유의 이질적 정치성향 사이 연대, 지역 간 연합의 ‘최대 피해자’ 중 한 명이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을 기반으로 한 김대중(DJ), 충청 맹주를 자처하던 김종필(JP)이 디제이피(DJP)연합을 이루며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39만표 차이로 따돌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낮은 지지율로 후보 단일화 압박을 받는 정치적 제자 유승민에게 ‘명분 없는 연대’를 멀리하라는 가르침을 주는 이 전 총재의 속내는 복잡해 보였다.

당분간 ‘자강’의 길을 걷기로 한 유 후보는 이날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을 자신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추천·추대했다. 유 후보는 전날 커다란 덩치의 김 의원을 직접 들쳐업으며 두 사람 사이의 ‘잡음’을 제거하는데 공을 들였다. 정치적 스킨십과 친화력이 강점인 김 의원은 자강과 외연 확장을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그간 자유한국당이 아닌 국민의당과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당내에서는 “명분도 확장성도 없는 자유한국당과의 연대보다는 ‘영호남연합’이라는 시대정신을 부여할 수 있는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호남 기반 안철수(CS)-영남 출신 유승민(SM) 사이의 시에스엠(CSM)연합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문표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헌정사에 가장 획기적인 연정은 ‘디제이피’였다. 상상할 수 없는 두 축이 갑자기 연정을 선언하니 찬반이 심했지만 새로운 정치의 역사는 거기서부터 쓰였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대선기획단의 핵심 관계자는 “솔직히 자체 집권 능력이 현재로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정치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연대의 대상으로 국민의당의 안철수는 우리 당과 가장 근접한 후보”라며 “그러한 연대의 하위개념으로 영호남연합, 영호남연대라는 액션플랜을 짤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 역시 당분간은 ‘자강’에 집중하며, 연대 논의는 경선 뒤로 미뤄놓은 상태다. 안 전 대표는 “정치인의 공학적 연대는 시효가 다했다”면서 특정인(문재인) 반대를 위한 연대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온 바 있다. 그러면서도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후보가 확정되면 우리 국민의당 중심으로 집권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힘을 합칠 것”이라고 했다. 명분이 맞는 세력들이 향후 국민의당에 모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당 박지원 대표가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을 이미 만난 데 이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만나겠다고 공언하는 등 제3지대 규합에 불을 지피고 있다. 호남지역 의원인 황주홍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개헌이라는 국민적 대의명분을 매개로 하는 연대가 없다면 우리 당 일각에서 기대하고 있는 양자대결 구도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당장 압력을 가하고 있다.

시에스엠연합이 실현되더라도 파괴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는 “여론조사를 해보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지지층에서 ‘당 대 당’ 연대나 연합에 반대하거나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40~50% 정도 나온다. ‘1+1=2’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이사는 “디제이피연합은 집권 가능성이 있던 디제이가 리드를 하고 여기에 제이피가 호응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지지자들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반면 지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지역 대표성, 양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김남일 송경화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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