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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평형수도 화물도 증거 사라져…선체 절단하면 진실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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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탱크에 이미 바닷물 꽉 들어차”

직접적 원인 ‘복원성’ 규명 미지수

램프 절단해 화물 유실될 가능성

정확한 적재량도 확인 어려워져

선체 절단땐 전기장치 확인 불가능

조타기·힐링펌프 미작동 못 밝혀


한겨레

29일 오전 궂은 날씨 속 일렁이는 파도 뒤로 반잠수식 선박에 올려진 세월호가 보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파도가 일렁이는 이날 오전 강풍을 동반한 비로 반잠수식 선박의 날개탑 제거와 고정 작업이 일시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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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원인을 말해줄 ‘제1의 증거물’인 세월호가 인양됐지만, 선체 일부분이 훼손되고 유실방지 대책도 허술해 사고 원인 규명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복원성 상실 때문이었다. 복원성이란 배가 기울었다가 원래의 평형 상태로 되돌아오는 성질을 말한다. 세월호는 2013년 10월 일본에서 도입된 뒤 무리하게 증·개축하면서 좌우 균형이 맞지 않는 위험한 배가 됐다. 이에 배의 아랫부분에 평형수를 1694톤이나 실어야 배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검찰 발표를 보면, 세월호는 사고 당일 승인받은 양보다 2배 이상 많은 화물을 적재하려고 평형수를 최소치의 절반도 안 되는 761톤밖에 싣지 않았다. 연료유는 150톤, 청수(승객 등이 쓰는 물)는 256톤 싣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객관적 증빙자료 없이 선원의 진술에 의존한 추정치다. 임남균 목포해양대 교수는 “향후 정밀조사에서 선박 각 층마다 화물이 얼마만큼 적재돼 있었는지 확인한 뒤, 이를 토대로 당시 세월호의 복원성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선체 조사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가 평형수를 얼마나 채웠고, 복원성을 왜 상실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월호가 바닷속에 3년 가까이 가라앉아 있으면서 통기구멍으로 바닷물이 들어와 버렸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지난 27일 언론 브리핑에서 “평형수 탱크는 이미 해수가 유입돼 꽉 찼다. 지금 단계에선 사고 원인 조사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화물량도 확인하기 어려워졌다. 선미 왼쪽 램프가 바닷속에서 열려 있는 상태로 발견됐고, 이 램프를 해수부가 잘라내면서 가로 7미터, 세로 11미터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화물칸에 있던 화물이 상당히 유실됐을 가능성이 크다. 화물칸에는 미수습자가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유실방지망도 설치하지 않았다. 해수부는 “소조기 내에 인양을 완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였다”며 “개방상태인 선미 램프는 화물칸 출입구이므로 미수습자 유실과는 무관하고 수평 상태를 유지하며 이동해 화물 유실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동물 뼈가 세월호 조타실 아래 에이(A)갑판(4층) 쪽에서 빠져나온 점도 좋지 않은 징조다. 동물뼈의 출처를 해수부는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김형욱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전 조사관은 “화물칸인 시(C)갑판(2층) 선수 쪽에 탑차 5대가 실렸는데 그중 한 대에 해장국 재료가 있었다”고 말했다. 만약 이 재료가 화물칸을 거쳐 여객실을 지나 에이갑판 쪽으로 흘러나온 것이라면, 화물칸과 여객실의 화물이 뒤섞여서 층마다 화물이 얼마만큼 적재돼 있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배를 절단할 경우다. 조타기와 힐링펌프가 사고 당시에 왜 작동되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없게 된다. 조타실부터 기관실까지 배 전체의 전기 장치와 기계 장치를 훑으면서 고장 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선체를 절단하면 이 과정을 밟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조타기 고장 가능성을 의심하며 항해사와 조타수의 조타 실수를 무죄로 판결한 바 있다. 좌우 균형이 불안정했던 세월호는 과거에도 한쪽으로 기울어진 적이 있는데 이때마다 선원들이 평형수를 좌우로 움직이는 힐림펌프를 작동해 균형을 잡았다. 그러나 사고 당일에는 힐링펌프가 작동하지 않았고 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동거차도/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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