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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1000억 날릴 위기 사학연금, 냉가슴 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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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연금,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국내 채권투자 1.75%차지..상대적 손실 국민연금보다 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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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연금이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투자로 1000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지만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냉가슴을 앓고 있다. 채권 투자규모를 감안하면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투자손실 여파가 다른 연기금보다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 보유규모가 국민연금(3900억원)이나 우정사업본부(1800억원)보다 작아 채무조정안과 관련해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학연금은 지난해 국내 채권투자금액 약 5조7000억원의 1.75% 정도인 1000억원어치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다. 사학연금의 지난해 국내 채권투자 수익률은 2.7%인데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손실이 확정될 경우 수익률도 급락할 전망이다. 반면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보유규모는 약 283조원으로 대우조선해양 회사채(3900억원) 비중은 0.14% 수준이다.

사학연금은 채무조정안 동의 여부를 두고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KDB산업은행이 주도한 채무조정안이 불합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채무조정안을 만들 때 RG(선수금환급보증)를 감안하지 않은 채 주채권단 출자전환비율이 정해졌다"며 "RG를 감안하면 산업은행 등의 출자전환비율이 10%도 안되는데 회사채의 50%를 출자전환하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은행 등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원인을 제공한 측에서 더 양보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학연금은 이같은 입장을 산업은행 등에 전달하고 채무조정안 수정을 요구했지만 아직 답변을 듣지 못했다.

특히 사학연금은 회사채 50%를 출자전환할 경우 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출자전환 기준가격은 1주당 4만350원이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회계결산 감사보고서가 한정의견을 받는다면 대우조선해양의 주식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주가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며 "주식가치가 얼마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사학연금은 국민연금 등 다른 연기금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자체적인 판단을 통해 결정을 내리겠지만 다른 연기금의 결정도 중요한 고려요소로 생각하고 있다"며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기 1주일 전까지는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학연금은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자산운용위원회나 리스크관리위원회 등에서 채무조정안에 대한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분식회계를 바탕으로 회사채가 발행된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법적 대응은 준비하고 있지 않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당장 중요한 것은 다음달 사채권자 집회이기 때문에 법적 대응을 준비하기까지는 물리적으로 여유가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결정하려면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자료를 받아보지 못했다"며 "대우조선해양 측에서 자료를 제대로 주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현재 관련 검토를 위한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기업인 대우조선해양과 해당사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에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다음달 17~18일로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일까지 기금의 투자기업에 대한 가치보전방안, 법률적 위험 등을 검토한 후 최종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김명룡 기자 drag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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