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대출이자>이자소득…‘빚쟁이’ 가계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작년 이자수지 1975년후 첫 적자

가계 이자소득 36조, 이자는 41조

저축해봐야 대출이자도 감당못해

저금리 이자소득 줄고 대출 늘어

금리 높은 제2금융권 몰린 영향도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 은퇴한 박아무개(67)씨는 다음달 예금 만기를 앞두고 고민이 깊다. 퇴직금과 저축을 합쳐 2억원을 은행에 묶어두면 이자수입만으로 어느 정도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금금리가 1%대로 곤두박질치면서 박씨의 기대는 무너졌다. 우대금리까지 합쳐도 1% 초중반에 불과한 요즘, 2억원을 은행에 맡기면 연 300만원 남짓 이자소득이 발생하는데, 여기서 이자소득세 등 세금까지 떼고 나면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20여만원에 불과하다. 박씨는 “통장에 2억원을 묶어놔도 아파트 관리비에 담뱃값을 충당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고 말했다.

#2. 지난해 1억원의 빚을 내어 식당을 개업한 이아무개(54)씨는 요즘 대출금리 인상 소식에 속이 바싹 타들어 간다. 월 200만원 월세에 운영비를 빼면 자신의 인건비도 못 건지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늘까 봐 밤잠을 설칠 정도다. 도시락 배달업을 하다가 한 차례 폐업을 한 적 있는 이씨는 사업 초기 은행에서 5천만원을 대출받은 뒤 추가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신용도가 낮아 제2금융권을 찾게 됐다. 이씨는 “저축은행 대출금리가 15%대인데, 불황에 손님이 줄어 원금상환은커녕 이자 갚기도 빠듯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상 처음으로 가계의 이자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며 아무리 저축을 해봤자 이자소득으로 대출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29일 한국은행 2016년 국민계정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가계(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 포함)의 이자소득 잠정치는 36조1156억원으로 전년도(38조1717억원)보다 5.4% 감소했다. 연간 이자소득은 1996년(32조8927억원) 이후 20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가계가 이자로 지출한 금액(이자비용)은 41조7745억원으로 전년보다 12.6%(4조6624억원)나 급증했다. 이자지출이 늘어난 것은 2011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로써 가계의 이자소득에서 이자지출을 뺀 지난해 ‘이자수지’는 5조6589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가계 이자수지가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한은이 통계작성을 시작한 1975년 이후 처음이다. 이자수지는 흑자 규모가 2000년 20조2501억원까지 늘었지만 2004년 13조8897억원, 2005년 5조8503억원, 2009년 2조4610억원 등으로 줄어들었다. 이후 저금리 흐름이 이어지며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마침내 지난해에 적자로 돌아섰다. 한은 관계자는 “저금리로 이자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면서 대출이자로 내는 돈이 늘어나다 보니 이자수지가 마이너스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등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에 기대어 예금금리는 천천히 올리면서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려 격차를 키운 점도 이자수지를 악화시켰다. 또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도 가계의 이자지출을 늘렸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8조2849억원으로 1년 새 33.5%나 급증했다.

한편, 한은이 이날 발표한 ‘2016년 중 자금순환(잠정)’ 자료에서도 지난해 가계가 빚을 내서 주택 구매에 나서면서 가계의 여윳돈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계의 자금잉여는 70조5천억원으로, 전년(94조2천억원)보다 23조7천억원 감소했다. 2012년(69조5천억원) 이후 4년 만에 최소치다. 자금잉여는 예금·보험·주식투자 등으로 운용한 돈에서 빌린 돈을 뺀 여유자금을 의미한다. 박동준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가계가 지난해 신규주택을 사들이느라 금융기관에서 자금조달을 많이 했다. 여유자금이 부족해지면서 운용자금도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금융자산에 견줘 금융부채도 더 많이 늘어 부채 대비 자산 비율이 2.16배로 전년(2.24배)보다 0.08%포인트 낮아졌다. 가계 재무구조가 그만큼 악화했으며, 소비 여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home01.html/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페이스북] [카카오톡] [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