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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력서 쓰기? 로봇에게 맡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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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봇'을 만든 후기가 나타났다

아시아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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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상반기 공채 서류 접수 기간인 3월, 취준생들은 자기소개서(일명 자소서)와 입사지원서를 쓰느라 여념이 없다. 수십번 고쳐 쓰다 보면 문득 엉뚱한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자소서도 자동으로 쓸 수는 없을까? 그런데 그것을 진짜로 실행한 사람이 나타났다.

‘자소서봇’을 직접 만들어 테스트해 본 로버트 쿰스는 지난 23일 비즈니스 전문 잡지 ‘패스트컴퍼니’에 그 생생한 후기를 기고했다. 그는 비영리기관에서 웹과 홍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구글, 페이스북 등을 포함한 기술 관련 기업들에 입사를 지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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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쿰스의 '자소서봇' 후기 / 사진=패스트컴퍼니 홈페이지


그는 입사지원서를 필터링해주는 로봇 ‘ATS(지원자 추적 시스템)’에서 영감을 얻어 입사지원을 도와주는 ‘자소서봇’을 만들었다. 각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연락처를 모은 뒤, 그 기업에 맞게 이력서와 자소서를 메일로 보내는 시스템이다.

쿰스의 자소서봇은 놀라울 만큼 효율적이었다. 길 건너편에서 커피를 사오는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자그마치 1300개의 일자리에 지원서를 넣었다. 문제는 뉴욕에 거주하는 그의 입사 지원서가 미국 대륙을 횡단해 중서부 지역에 있는 미드웨스트까지 날아갔다는 점이다. 물론 쿰스는 이사할 계획이 전혀 없었다.

이후 여러 번의 수정 작업을 거쳐 만들어진 5.0 버전의 자소서봇은 석달 간 538개의 일자리에 쿰스의 지원서를 넣었다. 쿰스는 단지 똑같은 내용의 입사지원서를 동시다발적으로 뿌리기보다는 나름대로 가능한 한 많은 변수들을 고려해 서로 다른 내용과 제목을 가진 이력서와 자소서 데이터를 만들고, 각 기업에서 공고한 일자리에 맞게 지원하도록 설계했다.

그 과정에서 쿰스는 하나의 실험을 했다. 입사지원서를 A와 B 두 유형으로 나누어 후자에만 “이것은 로봇이 작성한 것입니다”고 솔직한 문구를 덧붙였다. 반응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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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쿰스의 지원서 실험 결과 / 사진=패스트컴퍼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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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참담하다. 지원서를 읽지도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로봇이 작성했다’는 문구가 추가된 B 유형의 경우가 아주 약간 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을 뿐이다. 사실 미국에서는 헤드헌터나 지인을 통해 적합한 사람을 추천 받아 고용하는 경우가 훨씬 일반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성과도 있었다. 쿰스는 43개 회사로부터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으며, 실제로 그 중 20개 회사에서 면접을 봤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 회사들은 모두 직원이 50명 미만인 소기업으로, 지원서를 ‘자동’으로 필터링해주는 ATS 같은 것은 쓰지도 않았다.

이 이야기의 엔딩은 이렇다. 쿰스는 여전히 비영리기관에서 일한다. 몇 개 컨설팅 임시직을 제안받기도 했지만, 그는 구직을 포기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는 지금의 일자리에 만족하기로 했다. 쿰스가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점은 수많은 구직자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당신이 얼마나 많은 일자리에 지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원하지 못한 그 일자리에 당신이 고용될 가능성은 어차피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뉴스본부 박혜연 기자 hypark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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