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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레이더P 팩트체커] 홍준표 "집권하면 위안부합의 파기, 협의없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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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가 최근 토론회와 회견 등을 통해 정부의 12·28 위안부 합의를 '뒷거래'에 비유하며 "재협상할 것도 없고 협의 대상이 아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합의를 파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위안부 합의 파기는 협의 없이 파기할 수 있을까요?

A: 본론부터 이야기하면 위안부 합의는 즉각 파기가 가능합니다. 파기 후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부가 받을 불이익을 포함해 하나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매일경제

국가 간 합의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큰 틀에서 이를 모두 '조약'이라 합니다. 그 유형과 격식에 따라 조약(treaty), 헌장(charter), 협정(agreement), 협약(convention), 의정서(protocol),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로 다르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중 가장 격식을 따지며 구속력도 강한 것이 양자 간 정치적, 외교적 기본 관계나 지위에 관한 포괄적인 협의를 기록하는 '조약(treaty)'입니다. 보통 국회의 비준을 필요로 하는데 위안부 합의의 뿌리이자 그 문제점의 시발점이라 볼 수 있는 한일 간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1965년)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조금 헷갈리시죠? 조약 안에 조약이 있으니까요. 국제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양국 간 국제적 합의를 넓은 범위에서 모두 '조약'이라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그렇다면 재작년인 2015년 12월 28일 한일 양국 외교장관이 공동으로 발표한 '위안부 합의' 역시 조약이라 볼 수 있을까요? 외교부에 따르면 아닙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양국 간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합의 혹은 선언에 가깝다는 것이죠.

실제로 양국 외교장관은 재작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선언문(statement)'를 읽는 것으로 합의를 갈음했습니다. 공식 합의문을 만들지 않은 것입니다. '조약법에 관한 빈 협약' 제2조에 따르면 국제법상 조약이란 "문서의 명칭에 관계없이 서면의 형식으로 관련 문서에 의해 구현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합의 문서가 없다면 합의가 있었다고 해도 조약은 아닌 것입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으로 위안부 합의는 국제법상 구속을 받는 조약이 아닌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며 "합의 파기는 언제든 가능하며 상대 국가의 비난을 들을 수는 있어도 국제법적으로 제약을 받거나 소송을 당할 염려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박 교수는 "과거에도 각국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국가 간 합의는 많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조약' 형태로 만들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회 비준 혹은 국무회의 의결 절차가 필요할 경우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감을 회피하려는 목적과 추후 합의 파기라는 '출구'가 필요할 수 있다는 고려가 작용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는 파기가 가능해도 현실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파기할 수 없는 것이 한국이 처한 정치적 현실입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위안부 합의를 파기할 경우 한국의 국제 신인도와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며 "파기를 외치는 대선 주자들이 합의 파기 후 위안부 문제와 한일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마땅한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 역시 "위안부 합의가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국가 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할 경우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며 상당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양국 장관이 전 세계에 공동으로 발표한 합의를 정부가 교체됐다고 단숨에 뒤집는다면 어떤 국가가 한국과 국가 간 합의를 하겠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입니다.

물론 위안부 합의 자체에 부정적인 전문가도 있습니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합의를 파기할 경우 국가 신뢰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위안부 합의는 재검토돼야 한다. 이는 정부가 감수하고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예비비에서 거출한 10억엔이 이미 다수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그 유가족들에게 지급된 것도 문제입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합의를 파기할 경우 이 10억엔을 일본에 어떻게 돌려줘야 하는 것인지, 우리가 돌려준다고 일본이 받을지에 관한 부분도 확실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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