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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변호사 말대로 했는데…"추방 위기 한국인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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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플리바기닝' 제도 관련 판례 나온다

잘못된 변호사 조언에 추방 위기…판결 뒤집힐까

뉴스1

소니아 소토마요르 연방대법관.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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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재판 절차나 장기 징역형을 피하기 위해 피의자들이 '플리바기닝'(형량조정제도)을 택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혐의를 인정하거나 수사에 도움이 되는 증언을 한 피의자에 대해 형량을 낮춰주는 제도로, 미국 범죄 재판의 95% 이상에서 피의자들이 플리바기닝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만약 자발적으로 혐의를 인정하고 법적 처벌을 받게 된 피의자가 사실 변호사의 잘못된 조언에 애초 플리바기닝에 동조한 것이었다면 어떻게 될까.

2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 대법원은 마약 소지 경범지를 저지른 뒤 체포된 한국계 미국인의 관련 사안을 두고 판결을 고심중이다.

제이 리씨는 13세 때 부모를 따라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의 부모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지만 리씨는 시민권을 얻지 않았다.

이후 리씨는 테네시주로 이사해 레스토랑을 열게 된다. 리씨는 환각제의 한 종류인 엑스터시에 손을 댔고 이후 밀매에도 가담하다가 2009년 1월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이 체포영장을 갖고 리씨의 자택을 수색한 결과 엑스터시 알약 88개가 발견됐다. 그는 즉각 마약류 소지 및 유통 시도 혐의로 체포됐다.

리씨는 경찰에 체포된 이후 고용한 변호인 래리 피츠제럴드에게 자신이 절대로 미국에서 추방돼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피츠제럴드 변호사는 검사 측과 협상 끝에 리씨에게 유죄를 인정(플리바기닝)할 것을 종용했다. 미국 시민이 아니더라도 전과가 없다는 점이 인정되기 때문에 징역을 살고 나오면 강제추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리씨를 안심시켰다. 결국 리씨는 통상 마약 밀매자들이 받는 형량보다 가벼운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이후 생겼다. 피츠제럴드 변호사가 이민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 이민법은 비(非)시민권자들이 마약 범죄에 대한 혐의를 인정할 경우 자동으로 추방조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결국 리씨는 "변호사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추방만은 피하기 위해 재판에 서거나 장기 징역형이라도 살았을 것"이라고 법원에 호소했다.

미국 현행법상 피고인이 변호인으로부터 유효한 도움이나 지원을 받지 못했을 경우 판결은 번복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변호인의 진술에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피고가 입증해야만 한다.

리씨와 관련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부분은 후자다. 검찰은 마약밀매라는 리씨의 혐의가 확정적이었던만큼 플리바기닝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즉 플리바기닝을 통하지 않고 제대로 재판을 받았다 해도 리씨는 결국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으로 보내진 뒤 추방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연방대법관 중 한명이자 진보 성향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단 1%라도 있다면 나라도 주사위를 던졌을 것(기회를 붙잡아봤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 판례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민 강경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각종 반이민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결정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리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오는 7월 전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미국 플리바기닝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AFP통신은 실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무고한 피의자들이 장기 징역형을 우려한 나머지 짓지도 않은 죄를 인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l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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