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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우중, 전경련 그리고 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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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발언·발표 통해 재계 문제점 살필 기회 제공…이제는 존경받는 기업인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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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재계에서 나온 뉴스 몇 개가 눈길을 끌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발언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혁신안 발표, 대한상공회의소의 경제계 제언 발표는 재계 현실을 살펴볼 좋은 기회였다.

김우중 전 회장은 22일 대우그룹 창업 50주년 기념식에서 “갑작스런 외환위기로 그 과업(세계경영)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우리가 품었던 꿈과 열정, 우리가 실천한 노력, 우리가 이룩한 성과들이 반드시 평가받는 날이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때 재계 서열 2위 그룹을 이끈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매우 클 것이다. 하지만 대우그룹을 무너뜨리고 우리경제를 나락에 빠뜨렸던 재벌체제의 폐해를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 전 회장은 지난 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먼 미래를 내다보고 선단식으로 시장을 개척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꽃을 못 피웠다”고 했다. 그는 “외환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정부가 외환정책을 잘못 쓴 데 있다. 기업이 잘못한 데 있는 것이 아니다”는 말도 했다. 외환위기를 낳는 데 재벌의 선단식 경영과 황제 경영이 큰 구실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업 잘못이 없다는 주장까지 하니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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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지난 24일 혁신안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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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은 24일 “초심으로 돌아가 경제단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며 혁신안을 내놓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해체 압박을 받아온 한 전경련은 정경유착을 근절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며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름을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 바꾸고 조직과 예산을 40% 이상 줄이겠다고 했다. 회장단회의를 없애는 한편, 정경유착의 고리 구실을 해온 사회협력회계를 폐지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허창수 회장은 “변화된 모습으로 또다시 한국경제 도약에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 정도 움직임으로 전경련이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 전경련은 예전에도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눈총이 따가우면 사과를 하고 달라지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2012년 2월8일에는 “우리 기업들은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소비자보호 및 사회공헌 활동을 선도하여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제대로 지켰으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현실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경련이 이번에는 빈 약속이 아님을 보여줄 수 있을까.

대한상의가 22일 발표한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은 조금 색다르다. 과거 대선 때 기업들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쏟아내던 데서 벗어나 기업들부터 달라지겠다고 다짐하고 있어서다. 대한상의는 다음 대통령이 풀어야 할 과제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고용 이중구조 해소, 서비스산업 발전, 성장과 복지 선순환 등 9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현실 진단에 특히 공감할 내용이 많았다.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상장사를 개인회사처럼 경영하거나, ‘까라면 까라’ 식의 기업문화, 분식회계, 편법상속, 일감 몰아주기, 부당한 자금출연 사례 등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복지 부분에서는 “소득 양극화와 계층간의 갈등은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 반대로 저소득층 교육과 의료 기회 제공, 사회안전망 확충 등은 경제의 흐름과 성장을 돕는다”고 했다. 재계의 통념과는 다른 얘기여서 솔깃하다.

물론, 공감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다. “현행 기업 지배구조 관련 제도는 이미 선진국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다. ‘제도’ 부분에서는 더 나은 해법을 찾기 힘들”다며 지배구조 개선의 “해법은 시장”에 맡겨달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주장이 맞다면 왜 상법 개정 등의 요구가 나올까 싶다. “정부는 일부(기업)의 일탈을 시장경제의 결함으로 오인하는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한 것도 그렇다. 일탈이 일부에서 빚어진다고 해도 지속되면 시장경제에 결함이 있는 것이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아무튼 재계가 이참에 잘못을 고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존경받는 기업인과 기업이 많아져야 하지 않겠는가.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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