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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국-시리아]이겼지만 신뢰 얻지 못했다…슈틸리케호, 창피한 1-0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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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축구대표팀 슈틀리케 감독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시리아전 경기 후 코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답답한 승리였다.

‘슈틸리케호’가 홈에서 시리아를 이기며 벼랑끝에서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축구팬과 국민들의 신뢰를 주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한 마디로 운이 좋아 이겼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어디까지 믿어야할 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 시리아와의 홈 경기에서 전반 4분 터진 수비수 홍정호의 골을 잘 지켜 1-0으로 이겼다. 최종예선 홈 4연승이자 안방에서의 첫 무실점. 한국은 4승1무2패(승점 13)이 되면서 A조 2위를 지켜냈다. 킥오프 전까지 승점 8로 4위를 달리며 상승세를 타던 시리아의 추격에서도 벗어났다.

그러나 씁쓸한 승리였다. 지난 23일 중국 원정에서 치욕의 패배를 당한 슈틸리케호는 시리아전을 앞두고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었다. 시리아가 자국 정세 불안으로 인해 홈 경기를 말레이시아에서 치르는 등 최종예선 10경기 전부를 원정에서 뛰는 떠돌이 신세란 점을 감안하면 결과는 물론 내용에서도 믿음을 회복할 수 있어야 했다. 90분 뒤 반응은 ‘글쎄…’였다. 한국은 전반 4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려 경기장을 찾은 3만352명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손흥민의 코너킥이 시리아 선수 둘을 맞고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흐르자 공격 가담한 홍정호가 왼발로 차 넣어 상대 골문을 흔들었다. 지난 4~6차전에서 연달아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는 경기를 했던 한국이 모처럼 먼저 득점하는 순간이었다. 이른 시간 골이 터졌기 때문에 다득점도 기대됐다.

거기까지였다. 지난해 9월 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맞대결에서 극단적인 수비로 한국과 0-0 무승부를 기록했던 시리아는 공격도 할 줄 아는 팀이었다. 실수가 잦았지만 공격 때 한국 문전을 파고드는 움직임은 날카로웠다. 쌀쌀한 날씨에 다부지게 뛰어다니며 한국을 압박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다만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운이었다. 전반 30분 알라 알 사브리가 골문 앞 일대일 찬스에서 날린 슛이 크로스바를 위로 살짝 떠 한숨 돌린 한국은 후반 들어 치명적인 찬스를 두 차례나 내줬다. ‘반란군 지지’를 선언해 6년 가까이 시리아 대표팀을 떠나있다가 이달에 합류한 간판 공격수 피라스 알 카팁이 홈 관중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알 카팁은 후반 25분 일대일 찬스를 만들어낸 뒤 강력한 왼발 슛을 날렸는데 천만다행으로 볼이 골키퍼 권순태의 이마를 맞고 튕겨나갔다. 이후에도 역습 위험을 감수하며 한국 문전을 파고들던 시리아는 후반 추가시간 알 카팁이 페널티지역 왼쪽 사각에서 날린 회심의 왼발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가 땅을 쳤다. 21세 공격수 황희찬을 숙명의 한판 승부에서 선발 공격수로 집어넣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한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들어 K리그 클래식 정상권 공격수 김신욱 대신 K리그 챌린지에서 뛰는 이정협 그리고 챌린지에서도 무득점인 황의조를 넣는 희한한 교체 전술을 단행했다. 당연히 추가골은 없었다.

창피한 경기였다. 중국에 수모를 당한 뒤 슈틸리케 감독은 설기현 코치, 차두리 전력분석관 등과 함께 최종예선 기간 내내 지적받았던 단조로운 전술을 고쳐 세밀함을 다듬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공격 전술 훈련을 30분 이상 했다”고 했다. 시리아전에서 그의 발언은 실언으로 막을 내렸다. 부분 전술이나 세트피스 작전 등에서 뚜렷하게 눈에 띄는 장면이 없었다. 한국은 오는 6월 13일 카타르와 8차전 원정 경기를 치르며 이후 8월 31일 이란과의 홈 경기,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 경기를 통해 최종예선 항해를 마무리한다. 시리아보다 실수가 적고 공격수들의 골결정력이 탁월한 나머지 3개국 앞에서 슈틸리케호가 간신히 지탱하던 A조 2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표를 지울 수 없는 경기였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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