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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신문과 놀자!/이랑의 진로탐험]도시의 숨은 장점 찾아 활력 불어넣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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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전주한옥마을. 동아일보DB


도심을 조금만 걸어도 뚝딱뚝딱 새로운 건물을 짓는 광경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것들이 들어서면 도시의 공간도 제 모습을 달리합니다.

그런데 새 건물을 짓지 않고도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들이 있습니다. 도시의 역사와 특별한 장점을 잘 살려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도시재생사업이 대표적입니다. 그 성공사례로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을 꼽을 수 있는데요, 전통의 도시로 알려져 있던 도시에 한옥마을이란 콘텐츠를 새롭게 입혀 이제는 꼭 가보고 싶은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전주시 한옥마을이 특별한 이유는 도시개발의 형태가 기존의 재건축이나 재개발에 국한하지 않고, 문화콘텐츠 위주로 새롭게 재생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옛것을 살리면서 도시의 장점인 한식과 한지, 한복 등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문화콘텐츠로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폐광으로 젊은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간 마을은 노인들만 남고 빈집이 크게 늘었습니다. 죽은 마을이 될 것 같은 위기감이 닥치자 사람들은 다시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빈집을 쾌적하게 바꿔 게스트하우스로 만들고 주변 문화유산을 연계해 마을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었습니다. 이곳은 많은 관광객이 찾는 좋은 여행지가 되었는데, 이런 일들에는 도시나 마을의 숨은 장점을 발견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도시재생전문가’ ‘마을재생활동가’로 불리는 이들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 매개는 역사가 될 수도 있고, 마을의 지리적 특성이나 날씨, 지역민의 특성 등 다양합니다.

하나의 마을재생사업이 잘 추진되려면 마을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이곳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만들지 고민하고 구체화하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도시계획, 도시공학, 공간정보공학을 비롯해 조경, 건축, 경영, 마케팅, 문예창작 같은 인문학적 배경을 지닌 사람이 많고, 또 이렇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합니다. 최근에는 ‘공간스토리텔러’라고 해서 도시나 마을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공간에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접목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직업이 생겼습니다. 일종의 마케터이지만 공간이 주는 특별함에 이야기를 만들어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직업이죠.

미래에도 우리는 더 편리한 공간을 원할 수 있고, 더 쾌적하고 즐거운 공간에서 살고 싶어 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사는 공간에 역사이야기를 입히고, 영화와 애니메이션, 광고영상과 게임 등 친근한 콘텐츠와 접목하는 직업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유망한 직업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랑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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