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내 생각은/강희일]열악한 학술도서 시장 이용 보상금제 개선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강희일 한국학술출판협회 명예회장


학술·전문 도서는 보는 사람이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값도 비싸 도서관의 구입 우선순위에서 일반 베스트셀러에 비해 항상 뒤로 밀린다. 구입에 부담이 크다 보니 도서관들은 전자책을 비교적 싸게 구입하고, 이를 도서관들끼리 무료로 이용하게 하는 도서관법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비록 출판계와 저작권자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있지만 지금도 도서관계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 한 예가 ‘북스캔 이용법’과 도서관들의 디지털 자료를 도서관 외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 법은 출판사들이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한 디지털 전자책을 전국 모든 도서관이 공유하고, 전 국민이 어디에서나 무료로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는 이가 적은 학술·전문 도서는 과연 몇 부나 팔리겠는가.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교재 불법 복사를 무차별적으로 하기 때문에 각 대학 주변에는 많은 복사집이 성행하고 있다. 학술·전문 도서의 불법 복사와 복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 한국복사전송권관리센터가 탄생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정부가 대학의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제도’를 ‘전체 일괄’로 시행하도록 한 것도 문제다. 이는 학교 등 교육기관이 수업 목적상 필요한 경우 저작권자 허락 없이 일부분을 이용하고, 후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그러나 보상 대상자가 저작권자로만 표기돼 직접 피해자인 출판사가 빠져 있는 문제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정부 관계 실무자들은 당연히 출판사도 해당된다고 말하고 있으나 저작권계의 반발로 2017년 지금까지 분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저작물 이용 범위를 ‘일부분’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사실상 이용자들은 대부분 책의 일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이용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책이나 불법 사용에 대한 단속은커녕 학생들의 어려운 경제적 환경을 이유로 불법 전권 이용을 방관하고 있다.

학술도서와 대학 교재 출판시장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저작자인 교수들은 심혈을 기울여 집필해봐야 팔리지 않으므로 저술을 기피하고 있다. 출판사들도 학술도서와 대학 교재를 만들어도 몇백 부도 팔리지 않아 학술·전문 도서의 출판을 계속해야 할 것인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미국은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제도’를 전체 일괄 계약이 아닌, 저작권자와 출판권자가 각자 ‘개별적 계약’을 하여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전체 일괄 계약이 아닌 ‘개별적 계약’으로 바꾸어야 대학 교재 출판 산업이 유지되고 발전할 것이므로 하루빨리 수정하여 실시해야 할 것이다.

강희일 한국학술출판협회 명예회장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