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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인간 등 영장류 뇌 큰 이유는 과일 먹이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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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학자, 기존 통설인 '사회적 반응설'에 반기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다른 동물들에 비해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의 뇌가 몸집에 비해 유독 큰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학계의 통설은 '사회적 뇌 가설'이었다. 이는 영장류는 집단을 이뤄 살며 그 집단이 커지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상호작용과 적응이 중요해지는데 이 때 머리를 많이 써야 해 뇌가 발달해야 할 필요성이 진화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 뉴욕대학 연구팀은 최근 과일 등 먹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 '먹이설'을 제기해 학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28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 연구팀은 학술지 '네이처 자연 생태와 진화'(NE&E)에 실은 논문에서 영장류의 뇌가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데에는 사회의 복잡성보다는 식사가 더 크고 지속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영장류 140여 종의 뇌 크기를 재고 신체 크기나 진화계통수에서 차지하는 위치 등의 다른 요인들을 고려한 뒤에 분석한 결과 각 영장류 집단의 크기, 사회성이 크다고 뇌가 더 크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 대신에 뇌 크기와 식사와의 관련성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과일을 먹는 유인원은 나뭇잎을 먹는 유인원보다 같은 체중일 때 뇌가 25% 더 크다는 것이다. 또 잡식성인 경우 과일을 먹는 유인원과 같았고 나뭇잎만 먹는 유인원보다 뇌가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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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치히 동물원에서 어미 고릴라 키바라가 지난 1월 18일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새끼를 안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는 과일이 나뭇잎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제공해 뇌의 성장에 도움을 줬음을 시사한다면서 "과일은 나뭇잎보다 질이 더 좋고 영양밀도가 더 높고 소화시간은 적게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더 풍부한 나뭇잎을 먹이로 삼는 것보다는 과일을 숲에서 찾아내서 따고, 위치나 익는 시기를 기억하는 일 등이 뇌를 훨씬 많이 사용해야 하므로 진화의 결과로 뇌가 커졌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영국 리딩대학 진화생물학자 크리스 벤디티 교수는 "인간은 고기를 요리, 소화가 잘 되도록 하고 많은 열량을 얻는 유일한 유인원"이라면서 이 연구결과는 진화와 식사의 관련성 및 인간이 유인원 중에서도 가장 뇌가 큰 이유를 일부 설명해줄 수도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벤디티 교수는 그러나 이번 연구는 각 유인원 종의 뇌 크기만 재고, 집단 크기 만을 사회성의 지표로 삼은 점을 비롯해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뇌의 여러 부위는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자각과 추론 등 복잡한 인지과정과 관련된 뇌 부위인 신피질(新皮質)의 크기를 측정하고 각 유인원 종의 집단 크기만이 아닌 내부 상호관계 등까지 살펴야 식사가 미치는 영향과 비중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옥스퍼드대학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 교수도 인간과 원숭이를 대상으로 뇌영상을 이용해 연구한 결과 신피질 부위들의 크기와 집단 크기 간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면서 이번 연구결과만으로 뇌 크기에 먹이가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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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동물의 날'을 이틀 앞둔 2014년 10월 2일 한 동물원에서 침팬지 가족이 사육사로부터 좋아하는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 과일 특식을 제공받은 모습. [에버랜드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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