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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디테일추적>'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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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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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국민 게임 스타크래프트 1(이하 스타)이 돌아온댄다. 블리자드는 스타와 그 확장팩 브루드워를 리마스터(Remaster)해 올여름 발매할 예정이라고 지난 26일 밝혔다.

스타를 다루는 글이라 해서 스타에 대해 설명하는 건, 한국인에게 윷놀이나 제기차기가 뭐 하는 놀이인지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의미 없는 짓이니 생략하겠다. 대신 블리자드가 한다는 ‘리마스터’ 이야기나 읊어 보도록 하자.

리마스터가 뭐지

리마스터란 기존에 있던 게임을 다시 치장해 내놓는 것이다. 화질이나 음질 등이 좋아지고 유저 편의를 위한 기능이 더해지지만, 껍데기 위주로 바뀔 뿐 게임의 기본 틀이나 구조는 거의 그대로 간다.

자주 혼동되는 ‘리메이크(Remake)’와는 조금 다르다. 리마스터와 달리, 리메이크는 게임판을 아예 처음부터 새로 짠다. 물론 원작능욕 수준까지 폭주한 리메이크가 아닌 이상, 대개는 다시 만들어진 골격도 큰 뼈대는 기존 게임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판을 엎었다가 다시 만들다보니 인터페이스나 시나리오 설정 등 세부사항이 바뀌는 건 흔한 일이다. 리마스터는 화장, 리메이크는 성형수술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여하간 블리자드가 스타 리메이크 대신 리마스터를 한 건 잘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많아 보인다. 널리 인기를 끄는 국민 게임은 웬만하면 하던 대로 하는 게 만드는 쪽이나 즐기는 쪽이나 서로 좋다. 화투 룰이 사소하게라도 바뀌면 당황할 아재 아줌마들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해 보자.

그럼 뭐가 어떻게 바뀌나

화질이 초고선명도(UHD·Ultra High Definition)로 바뀌고 유닛이나 건물, 초상화, 기술 효과 등을 몽땅 새로 칠한다. 사람 땀구멍까지 알알이 비치는 고해상도 모니터 시대다 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조치라 하겠다. 구 버전 스타 리플레이 화면도 1.16 패치(2008년 11월 25일 패치) 이후 찍힌 영상이라면 리마스터 버전에서 초고화질로 재생해 볼 수 있다 한다. 벌써부터 벗기기 맵을 초고화질로 플레이할 수 있겠다며 설레는 인간들이 있는데 착한 독자들은 그러지 말자.

음향이 대체로 고음질로 바뀌지만, 일부는 그대로 둬서 올드 유저들의 추억과 감성을 자극할 예정이라 한다. 한국어 더빙과 자막이 추가돼 영어를 못해도 게임 플레이에 지장이 없게 됐다. 예전이라고 영어를 모른대서 안 한 건 아니었지만. 싱글 캠페인 미션 브리핑에 일러스트가 도입되고 캠페인 영상도 새로 추가된다. 하지만 어차피 이 글을 읽는 한국인들은 다들 배틀넷을 할 게 뻔하니 이런 게 있다 정도만 알면 되겠다.

리마스터 버전을 사지 않고 구 버전 스타만 깔아도, 리마스터 버전을 이용하는 상대와 대전이 가능하다. 배틀넷 계정도 구 버전 스타와 연동한다. 여태 1만5000원에 팔리던 구 버전 스타는 리마스터 출시를 계기로 오는 31일부터 무료로 풀린다. 이미 돈 주고 산 분들께는 블리자드가 별도 보상안을 고민 중이라 하니 아직은 너무 성내거나 노여워하진 말자. 혹여나 리마스터 1만5000원 할인 같은 반 강매 정책을 펴면 그때 빡쳐도 늦지 않다.

또한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구 버전에서 발키리 투사체 개수를 80개로 제한해 그 숫자를 넘기면 작동을 멈췄던 ‘발키리 버그’나 드라군을 움직이던 중 다른 조작을 하면 갑자기 스턴이 오는 ‘껌 밟기 버그’ 등이 고쳐진다 한다. 그렇다면 구 버전 스타로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불리한 게 아니냐 싶을 텐데, 오는 31일 무료공개와 동시에 진행되는 1.18a 패치에서 리마스터 버전과 마찬가지로 수정된다 한다.

그 밖에도 음성채팅 기능이 추가되고 게임상 기록이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는 등 여러 기능이 더해지지만, 게임 방식은 일부 버그 수정 외에는 거의 똑같다. 예를 들면 부대지정 제한이 12기로 유지되고, 건물 부대지정은 여전히 불가능하게 막아뒀다. 스타가 첫 출시된 1998년에서 20년이나 지난 마당에 기술이 안 돼서 내버려 두는 건 아닐 테니, 기존 유저들을 재흡수하겠다는 블리자드의 의지라 해석하는 게 옳겠다.

게임이 그대들을 소통케 하리라

오는 4월 일본에서는 7부작 드라마 ‘파이널판타지 XIV 빛의 아버지’가 방영될 예정이다. 아들이 60세 넘었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아버지에게 온라인 게임 ‘파이널판타지 XIV’ 플레이를 권유하고서, 자신의 게임 캐릭터로 아버지와 친구를 맺고 모험을 몰래 돕는다는 내용이다. 참고로 실화 바탕 드라마다. 위암에 걸렸다 회복한 아버지와 게임 채팅을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누며 추억을 만들고 싶어 아들이 꾸몄던 일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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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 XIV 빛의 아버지/인터넷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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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리마스터 덕택에 앞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감동 실화가 여럿 나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스타가 국민 게임이었던 만큼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스타를 할 줄 아는 게 드문 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20대 때 스타를 즐기던 사람들이 벌써 40대다. 이미 아버지 나이대인 건 물론, 오래지 않아 손주 보고 할아버지가 될 연배다.

게다가 일부 어르신들 생각처럼 답 없는 하류인생들이나 즐기던 게임도 아니다. 예전에 스타 프로게이머 마모(30)씨의 승부조작 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본인이 마씨 게임 플레이를 보며 직접 이상한 점을 캐내 혐의를 잡아냈다 한다. 참고로 그 검사는 2010 검찰총장배 춘계 스타리그 우승, 2009 전국 검사 올스타게임 MVP 출신이다. 당시 나이도 41세였으니 아주 어린 편도 아니다. 그만큼 남녀노소 상하 귀천 없이 즐기는 게임이라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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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마모씨 승부조작 사건을 담당했던 이준식 검사./인터넷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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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앞으로는 명절 때 아버지 아들 동맹 vs 삼촌 조카 동맹으로 매치를 벌인다거나 APM(Actions Per Minute·분당 명령수) 300대 할아버지가 손자를 바르는 광경이 심심찮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여러 세대가 함께 즐기고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생긴다는 건 좋은 일이라 본다. 특히 작금의 한반도처럼 세대 간 분열과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더욱 말이다. 한국에서 스타 리마스터 버전이 한층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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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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