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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검찰, 박근혜 구속영장에 왜 삼성 뇌물만 적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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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등 아직 수사 중"…구속 필요성 위한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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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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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삼성에 대해서만 뇌물수수 혐의를 적시한 것은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확실한 범죄 혐의를 제시하는 한편 아직 규명되지 못한 사건이 남아있다는 점을 강조해, 증거인멸 우려 등을 호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7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수수액 298억여원을 적시했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2800만원과 승마지원 77억9735만원은 물론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금액 204억원도 모두 뇌물로 봤다.

다만 SK·롯데 등 검찰이 그동안 수사해 온 추가 뇌물혐의는 이번 청구서에 넣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두고도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수뇌부 4명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59),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54)과 전·현직 관세청 직원들을 소환해 조사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면서, 그의 혐의가 여전히 13가지이고 추가된 혐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의 이같은 결정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하나의 범죄사실만 소명되더라도 구속영장 발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되도록 많은 범죄 혐의를 적시하는 것이 유리해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검찰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미 박 전 대통령의 범죄혐의 소명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뇌물죄의 대향범(對向犯, 서로 대립되는 행위를 통해 동일목표를 실현하는 범죄)에 해당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을 비롯해 공범 대부분이 구속된 상태에서 박 전 대통령의 범죄사실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라는 것이다.

관건은 증거인멸 우려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사건 발생 시점이 오래 지난 데다 대부분 사건의 공범이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은 범죄의 중대성 및 소명 정도에 더해 Δ주거 부정 Δ증거인멸 우려 Δ도주 우려 등의 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재단 출연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는 점은 향후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검찰 측 주장의 주요 논거가 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과 특검 수사결과로 드러난 사실관계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는 만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추가 혐의를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하는 것 보다 수사 중인 상태로 남겨두는 것이 더 유리해질 수 있는 것이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발표하면서 "그동안의 다수의 증거가 수집됐지만, 박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범죄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한다"고 밝혔다.

강신업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롯데·SK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 이들을 모두 영장청구에 적시할 경우 '이미 수사가 끝났는데 전직 대통령을 굳이 구속해야 하느냐'는 빌미를 줄 수 있다"며 "구속을 한 다음 미진한 부분에 대한 보강수사를 해야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도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증거인멸의 우려 역시 다투게 된다"며 "혐의로 적시하기보다는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에 넣어 구속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다양한 카드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은 삼성 출연금을 뇌물로 적시함으로써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및 강요의 결과물로 여겨졌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의 성격을 뇌물로 재규정했다. 재단 출연 대기업에 대한 수사확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SK·롯데·CJ 등은 주요 수사대상으로 꼽힌다. 현재 SK와 CJ는 총수 사면 청탁, 롯데는 면세점 특혜와 관련해 재단 출연금에 대한 대가성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추가 뇌물혐의를 검찰이 입증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더욱 중대해진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 가능성과 수뢰 총액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수본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청구한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롯데와 SK는 수사 중"이라며 재단 출연 대기업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검찰은 구속기한인 20일 이내에 이들 대기업 수사를 마무리해 재판에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4월17일부터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만큼 그 이전까지 관련 사건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do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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