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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고졸 백인 사망률, 美서 흑인·히스패닉보다 30%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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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트럼프 보자" 백인 지지자 일색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에서 약물이나 술을 과다복용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어 생을 마감하는 중년의 고졸 백인 사망률이 흑인이나 히스패닉에 비해 30% 더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미국의 온라인 매체인 쿼츠(QUARTZ)는 프린스턴 대학의 엔 케이스와 앵거스 디턴 교수가 23~24일 브루킹스 연구소 패널들을 상대로 발표한 새 논문의 축약본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이 논문은 1999~2013년 미국인 사망률을 분석해 발표한 연구를 보강한 것이다. 앵거스 디턴 교수는 201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석학이다.

논문 축약본에 따르면 미국에서 50~54세 고졸 백인들(white non-Hispanic Americans)의 사망률은 1999년 같은 나이의 히스패닉이나 흑인들에 비해 30% 이상 낮았다. 하지만 이러한 간극이 빠른 속도로 좁혀졌고, 재작년에는 저학력 백인들의 사망률이 히스패닉이나 흑인 보다 무려 30%더 높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반면 독일, 스웨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에서는 백인 고졸자들의 사망률이 같은 기간 꾸준히 떨어졌다.

보고서는 중년의 백인 저학력자 사망률 상승이 느리게 증가하거나 정체 혹은 감소하는 실질 소득과 관련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히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분교 교수 등은 1970년대 말 이후 미국 사회에서 소득 불평등이 꾸준히 확대돼 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미국 사회의 불평등이 1970년대 말부터 심화돼 왔다는 주장을 1990년대 초부터 펼쳐왔다. 성장의 결실이 골고루 분배되지 않고, 대부분 고소득층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이 저소득 백인근로자들의 사망률 증가와 관련, 보편적 설득력을 지니는 지에 대해 보고서는 부정적이었다. 디턴과 케이스는 “사망률이 떨어진 흑인들과 히스패닉들의 소득도 백인들보다 결코 더 낫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령대와 교육수준이 백인들과 같은 흑인과 히스패닉도 실질 소득이 정체하거나 떨어졌지만, 사망률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백인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한 시기에 주목했다. 첫 직장을 얻는 시기에 시장여건이 지속적으로 팍팍해졌다(worsening labor market opportunities)고 진단했다. 이후 노동시장이나 결혼, 출산 등에서 꾸준히 불이익(cumulative disadvantage over life)을 당하며 쌓인 스트레스가 이러한 사망률 증가에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론했다.

저학력 백인들은 미국에서 새로운 흑인(New Blacks)이라고 불린다. 소득 수준이 낮은데다, 사망률은 높고, 혼외출산도 과거 흑인들과 비슷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작년 11월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트럼프의 책사 스티븐 배넌은 이들의 지지를 밑천 삼아 장기집권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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