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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부의·축의금 내다 빚낼 판"…사회초년병 '잔인한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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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사망자 3월 가장 많고 봄철 결혼 성수기 시작돼

"월급 4분의 1을 경조사비 지출…"축의금 부담 줄여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직장 생활 2년차 사회 초년생 정모(28·여)씨에게 3월은 '잔인한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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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 연합뉴스]



이달 들어 경조사비로만 48만원을 지출해 '출혈'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재앙'과도 같은 경조사 폭탄을 맞았다고 씁쓸해 했다.

나름 '눈치보기'를 하며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그랬다.

30대 후반 노총각 딱지를 뗀 직장 상사와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각각 10만원의 축의금을 냈다.

이전 직장 동료 5만원, 대학 학과 동기 5만원, 취업 준비생 시절 알게 된 친구 5만원 등 이달에만 5개 결혼식에 총 35만원을 보냈다.

여기에 직장 상사의 부친상 등 총 4번의 부의금으로 이달에 18만원이 추가로 나갔다.

청주에서 중견기업에 다니는 정씨는 "이달 월급이 200만원 초반인데 경조사비로 25% 가까이 썼다"면서 "경조사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친한 친구는 조부모상까지 챙기고, 일반적인 경우에는 친부모상만 챙기기로 룰을 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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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에서 4년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최모(31)씨도 이달들어 겹겹이 쌓이는 청첩장과 부고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겨울철에는 결혼식이 뜸해 경조사비 지출이 많지 않았지만, 3월 들어 결혼식장과 장례식장 갈 일이 부쩍 늘었다고 최씨는 전했다.

300만원 중반 월급을 받는 최씨는 "5만원∼10만원씩 부조를 하면, 한 달에 50만원 넘게 나갈 때도 있다"면서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 애경사를 알뜰하게 챙기다보면 경조사비 부담이 상당하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에서 월세 60만원 원룸에 사는 최씨는 이달 집세·식비·통신비 등 고정 지출에 더해 경조사비 '폭탄'을 맞으면서 통장 잔고가 바닥났다.

경기 불황에 월급 등 소득은 늘지 않는데, 3월 들어 밀려드는 청첩장과 부고에 경조사비 부담이 커지면서 월급쟁이들의 부담이 크다.

환절기 일교차가 크게 벌어져 궂긴 소식이 가장 많이 접하는 시기가 3월이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4∼2016년 월별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달이 3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중 사망자의 약 9.2%(약 7만6천명)가 3월 사망했다. 12월(8.9%)와 1월(8.8%)이 뒤를 이었고, 6월(7.7%)의 사망자가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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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달은 3∼5월 봄철 결혼 '성수기'가 시작하는 달이기도 하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달 20∼30대 미혼남녀 43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는 청첩장에 부담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수입이 적은 20∼30대 사회초년생에게는 경조사비가 말 못할 '속앓이'가 되는 것이다.

한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직장인들이게 봄철 경조사비가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일정 금액 이상 축의금을 내야 한다는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logo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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